경기 불황으로 개인 파산자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면서 법원 집행관(옛 집달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 입찰을 집행하고, 입찰 가액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 집행관들에겐 불경기가 수입 증가의 호기인 셈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접수된 부동산 입찰 건수는 2,5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증가했다. 집행관은 부동산 입찰 과정에서 건당 입찰금액의 0.4∼2.3%를 수수료로 챙긴다. 집행관은 지방법원장이 임명하고 법원이 관리 감독하지만 형식상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봉급을 받지 않고 입찰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한다. 지난해 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80여명의 집행관들이 챙긴 입찰 수수료는 월 평균 600만∼7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사무실 운영비,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2∼3명의 사무원 봉급을 제외한 순수익이다. 여기에 건당 5만∼6만원씩 하는 현황조사료와 송달, 증서 작성 등 기타 수수료, 철거를 의뢰한 건설회사, 개인 채권자 등이 제공하는 '부수입'까지 더하면 이들의 수입은 훨씬 늘어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만난 집행관들은 하나같이 "외환위기 이후 요즘이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행관이 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집행관은 법에 따라 전직 법원·검찰 직원 가운데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일의 성격상 소송업무에 대한 실무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원측 설명이다. 하지만 현직에서 받는 월급보다 훨씬 많은 보수가 보장되다 보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집행관에 내정된 뒤 사표를 제출하는 등의 편법도 동원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원·검찰 직원의 '노후 보장책'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20∼30년간 법원과 검찰에서 박봉에 시달린 데 대한 보상이 아니겠느냐"고 항변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서 소송 결과의 집행이라는 공적 업무를 처리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데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어 왔다. 업무 성격상 채무자와의 물리적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고, 입찰과정서 경매브로커 등의 유혹이 항상 도사리고 있어 "권리 남용이다" "부정이 개입됐다"는 등의 민원이 법원에 쇄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법원에 감독 책임이 있어 이들의 부정행위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로스쿨 등 큰 줄기에서의 사법개혁도 좋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 같은 문제가 더 피부에 와 닿는다"며 "사법개혁위원회 등에서 본격적인 개혁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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