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대표적 언론인 케이블채널 CBS(기독교방송)TV가 광복절을 앞두고 그동안 교계에서 금기시하던 일제 강점기 교회의 친일행적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CBS는 13일 밤 11시30분 '8ㆍ15 특집 다큐멘터리-한국교회의 친일을 말한다'를 방송한다. 교계 스스로 친일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한국교회를 움직여온 지도층 인사들까지 실명으로 거론하는 이 프로그램이 과연 교회의 친일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참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그동안 일제하 교회 성직자들의 친일행위를 규명하고 참회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그 울림이 크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알고 있으니 하나님이 처리할 것'이라거나 '교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선교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일청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업고 자신의 치부에 과감히 칼을 들이 댔다. 방송은 최근 친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독립유공자 이승길(1887~1965)목사의 행적부터 파헤쳤다.
이 목사는 독립운동 군자금 모금 등으로 7년간 옥고를 치른 공적을 인정받아 1977년 대한민국 독립장을 받았으나, 신사참배 등에 앞장섰던 전력이 알려져 국가보훈처가 재심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친일인명사전'에 오르고, 현재 발의된 친일진상규명법에 의거해 조사대상이 되는 인사들도 추적했다. 각종 시국강연을 통해 일제의 황국신민사상을 전파하고, 교회의 종과 건물을 팔아 일본군 전투기 구입자금을 대고, 청년들을 전쟁으로 내몰았던 장본인들이다.
여기에는 장로교의 김길창 정인과 전필순 목사와 감리교의 양주삼 정춘수 목사와 박희도 전도사, 성결교의 이명직 목사 등 광복 후 교단의 총회장 등을 역임한 원로들도 포함돼 있다.
전국을 돌며 신사참배를 권유했던 정춘수 목사의 동상이 청주 3ㆍ1공원에 있다가 창고에 처박혀 있는 것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옥중에서 순교한 권원호 전도사의 영정이 경기도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 보관된 모습을 비교해 보여주기도 한다.
또 1987년 종교계의 노벨상인 템플턴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신사참배를 참회한 한경직 목사가 군사정권에 협조한 사실도 들춰낸다.
이 프로를 제작한 김동민 PD는 "일제 당시 장로교 총회는 신사참배 결의 후 행정적 차원에서 취소결의만 했을 뿐, 공식적인 참회가 한번도 없었다"며 "보수적인 기독교계가 부끄러운 과거사를 돌아보고 회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도 친일청산에 대해 동조하고 있어 교계의 공식적인 참회성명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천일 총무는 "당시 목회자들의 친일행위는 억압과 회유에 의해 민족적 양심과 신앙적 지조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그들의 공과를 정확히 조사ㆍ정리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기총이 주축이 돼 범교계 차원에서 친일청산 성명발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우상숭배 금지가 종교간 대화 걸림돌"/김은규 교수 논문서 지적
개신교인에게 확고한 철칙 중 하나는 우상숭배 금지이다. ‘하나님’ 외에받들고 기리는 유형ㆍ무형의 대상은 모두가 배격하고 타파해야 할 우상이다.
이런 배타적인 우상숭배 금지가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고 종교간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재해석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은규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는 17~19일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교수불자대회 및 제3회 한국교수불자대회’에서 발표하는 ‘불교와 기독교, 그 상생의 길’이라는 글에서 우상숭배 금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약(舊約)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구약에서 우상숭배를 금지한 배경부터 살펴본다. 그는 “우상 금지가 기원전 12세기 이스라엘이 가나안 지역에 정착할 때 주변의 강대국에 맞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가나안의 토착 종교인 바알교의 음행과 방종, 기복주의를 거부하고, 메소포타미아 제국과 이집트 등에 둘러싸인 형국에서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이다.하지만 기독교는 십자군전쟁이후 제3세계 국가의 종교와 문화를 초토화하고, 다종교문화를 인정하기보다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쪽으로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기독교가 다른 모든 종교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보이는 근거가 바로 구약의 ‘우상숭배 금지’규정이고, 이는 기독교인에게 거대한 절벽이며 넘을 수 없는 산”이라면서 “종교간 대화를 위해서는기독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독교가 불교로부터 수행, 생명 존중, 고통 이해 등을 포용하고 불교는 기독교로부터 사회와 역사의식, 정의와 인권개념 등을 받아들여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울림과 나눔의 세상-대화 문명시대의 아시아 문화와 종교’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몽골, 호주 등 8개국학자 11명과 국내 학자 등 300여명이 참석, 토론을 벌인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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