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는 치마길이가 짧아진다고? 적어도 이번 가을에는 이 말이 폐기처분될지 모른다. 막바지 무더위가 한창이지만 벌써 가을색이 물씬한 쇼핑가는 올 가을 ‘여성의 재발견’을 속삭인다. 무릎길이 샤넬라인부터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미디까지 치마는 길고 더 우아해진다. ‘레이디라이크(Ladylikeㆍ숙녀다운)’와 ‘로맨틱 빈티지(Romantic Vintage)’가 키워드다.
◆ 레이디라이크 vs 로맨틱빈티지
국내외 컬렉션에서 다투어 소개된 가을 시즌 여성복의 키워드는 ‘성숙’이다. 고전적인 의미의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레이디’스타일이 강세다.베스띠벨리 디자인실 박성희 실장은 “1950년대 감성의 복고무드가 부상하면서 2차 대전 직후 인기를 얻었던 허리를 잘록하게 표현하는 A라인과 우아한 분위기의 H라인 등 레이디라이크 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마도 폭이 넓게 퍼지는 플레어스커트와 일자형의 펜슬스커트가 공존하며 길이는 길어지는 추세다.
레이디라이크의 맞은 편에는 로맨틱 빈티지 룩이 자리한다. ‘밤을 위한 레이디라이크 룩’으로도 볼 수 있는 스타일로 자수와 아플리케, 비즈와 모피 장식 등 수공예적인 디테일을 통해 옛스러움과 로맨틱함을 절묘하게배합시켜 표현한다. 로맨틱 빈티지는 또 캐주얼한 감각과도 맞물려 소녀다운 귀염성있는 스타일로도 전개된다.
◆ 트위드와 벨벳, 체크와 꽃
복고적인 여성미가 강조되면서 트위드 벨벳 시폰 레이스 등이 대표소재로떠올랐다. 울이나 니트에 비해 다소 무거운 질감 때문에 기피됐던 트위드와 벨벳은 우아하고 여성적인 감각의 레이디라이크로, 다른 한편으로는 빈티지적인 감각으로 다채롭게 활용된다.
하늘하늘하고 살짝 비치는 느낌의 시폰과 레이스는 이제 여름뿐 아니라 한겨울까지도 로맨틱한 감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소재로 군림하고있다. 퍼스트뷰코리아 연구원 서희령씨는 “아플리케와 자수가 많이 들어간 로맨틱 소재의 비중이 늘고있으며 트위드 같은 클래식한 소재와 적절히 배합해서연출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말했다.
무늬는 체크가 단연 강세다. 영국풍의 고전미가 강조되면서 타탄체크와 크고 작은 체크무늬가 다양하게 사용되며 봄여름 인기였던 꽃무늬는 더욱 크고 고급스럽게 표현된다. 벨벳이나 실크로 생화처럼 만들어진 커다란 코사지도 메인 액세서리로 부상할 전망이다.
◆ 퍼플 & 버건디
매우 성숙하고 깊은 느낌의 고급스러운 파스텔 색상이 떠오르는 것도 주목된다. 지루한 검정과 회색 대신 퍼플과 버건디가 인기 색상으로 군림하고있다. 와인에서 바이올렛에 이르는 보라색계열의 다양한 변주가 두드러지며 특히 올 가을엔 퍼플에 핑크가 섞여 와인빛을 내는 버건디 색상이 ‘버건디 파워’라 일컬어질 만큼 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색감이 풍부한 짙은 빨강색이나 브라운 등과 톤온톤으로 매치시키는 것이 배색효과를 더할 예정. 좀 더 쉬운 배색법으로는 카키나 올리브그린 등 보색과의 매치도 세련된 맛을 낸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