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구간 건설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청와대와 불교계, 환경단체와 고속철도공단 사이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속철도의 경남 양산 천성산 관통에 반대하는 ‘도롱뇽과 친구들’이 제기한 법정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44일째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지율 스님의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청와대가 ‘공사 잠정 중단’까지 검토하며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대타협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것은 2가지. 부산고법에 계류중인 공사중단 가처분신청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현재 진행중인 터널 굴착공사를 중단하라는 것과 졸속으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자는 것이다.재판부도 지난달 지율 스님이 단식이라는 극단적 투쟁을 중단하고 고속철도공단도 터널 공사를 판결 전까지 중단하는 ‘권고안’을 제시했으나 공단과 건설사들이 거부해 무산됐다.
청와대가 내놓은 ‘공사 잠정 중단과 단식 중단’이라는 조정안에 대해 이번엔 세부 내용을 놓고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동환 부산청년환경센터 사무국장은 “문재인 수석과 불교계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합의문에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한다는 부분이 빠져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의 조정안 대로 고속철도공단이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를 상대로 구체적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불교계와 환경단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천성산 고속철 백지화’와 대안노선 검토를 공약했지만 취임 후 관통노선이 확정되고 ‘경제 논리’에 의해 공사가 강행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노선변경은 엄청난 예산이 낭비되고 터널ㆍ지하화가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불교계는 “산에 터널을 뚫으면 지하수 수맥이 파손돼 고원습지가 훼손되고 진동으로 인근 내원사의 수행에도 방해가 된다”고 맞서고 있다.
천성산 고속철도 관통 논란은 법원의 2심 판결과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론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 기자 dream@hk.co.kr
■"환경평가 다시 안하면 공사 잠정중단 의미없어"/44일째 단식 지율스님
"청와대가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의 잠정 중단을 제의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며 6월3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 12일로 44일째를 맞은 지율스님의 목소리는 작고 나지막했지만 매우 단호했다. 그는 "단식은 천성산에 있는 수천종의 생명을 위해 제 목숨을 건 것"이라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로 이들의 생명이 지켜지지 않는 한 단식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38일, 10월 45일간 단식을 했던 지율스님은 "이번이 2배나 더 힘들다"며 "걸어다닐 때 중력조차 못 느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단식의 끝에 희망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01년 3월 지율스님은 홀로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천성산 내원사에서 수행하면서 보아온 아름다운 자연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고속철도만은 안 된다"고 설파했다. 천성산 공사 현장에서 100여일 동안 기거하면서 굴착기에 몸을 던져 공사를 막다가 경찰에 체포되고, 천성산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해부터 지금까지 내원사에서 기거한 것은 단 이틀 뿐이었다.
하지만 지율스님은 "사람들이 단식이나 소송에만 관심을 가질 뿐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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