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악동●그의 구루마가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모 의류광고 패러디한 빈곤 티셔츠)
●립싱크의 무대로만 수십만장 팔리도록/ 툭하면 속옷만 입고 나오고/ 얼굴하고 몸매로만 가수된다 설쳐대고/ 인기떨어지면 누드한다고 발표하잖아(패러디 가수 박분자의 ‘붕어여’-조PD와 인순이의 ‘친구여’ 패러디송)
●오늘부터 웃겨보는거야, 서툴지만 열심히 해볼게. 왕초보라서 잘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날 믿고 따라오는거지? 내 방명록에 글쓰면 하드사줄게, 애기야!(파리의 연인 주인공 한기주 패러디)
●우리는 연금납부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우리의 희생과 피눈물을 바탕으로 연금이 유지되며, 국민연금만이 나의 노후대책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는 잊어버리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국민연금납부헌장-국민교육헌장 패러디)
●사장님! 자식에게도 먹였습니까? 감기약에 뇌졸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PPA 다량함유. 사장님의 자녀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저희들과 똑같이 이 감기약을 먹였습니까?(최근 논란이 되는 PPA함유 감기약에 대한 패러디공익광고)
안녕하세요, 패러디입니다. 저 한국온 지 몇 년 됐어요. 한국 와서 인터넷만나 네티즌들 많이 사귀었어요. 네티즌들 포토샵 있어요, 디지털카메라 있어요, 캠코더 있어요, 편집기술 있어요, 뛰어난 실력 있어요.
영화, CF장면 가져와 얼굴 바꿔치기 했어요. 얼굴 옆에 낙서도 했어요. 그래 놓고 패러디라 했어요. 웃음은 있는데 풍자는 없어요. 나 완전히 망가졌어요. 뭡니까, 이게.
나 정치패러디 사이트에 갔어요. 친여 사이트에서는 야당비난하고, 친야 사이트에는 여당비난하는 내용 꽉 찼어요. 인신공격성 내용이 많았어요. 재치와 위트는 없어요. 재미는 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아요.
더욱이 그 내용을 두고 정치인들 서로 욕해댔어요. 만드는 사람은 그렇다치고 패러디를 패러디 자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 있어요. 패러디만든 사람 붙잡아 감옥보낸다 했어요. 무서워서 혼났어요. 뭡니까, 이게.정치인들 나빠요.
요즘 한국의 경제사정 나빠요. 내수불황에 잘나가던 수출전선에도 먹구름낀다고 했어요.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패러디 보면서 웃을 수 있어요. 잠시나마 어려운 세상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어요. 한국경제 좋아질 때 까지 패러디 많이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폭소클럽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 패러디)
/사진 이종철기자bellee@hk.co.kr ,
/글 한창만기자cmhan@hk.co.kr
■명품을 비꼰다
“진짜같다구요? 사실은 모두 패러디 제품이에요.”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지하창고. 다섯평 남짓한 이 곳에 유명회사 제품인 듯한 티셔츠들이 가득했다.
‘BEANGONE’ ‘PAMA’ ‘DIDIBAO’ ‘OPPA NAPPA’ ‘NIIGAGARA HAWAII’등의 로고는 언뜻보면 빈폴(BEANPOLE), 푸마(PUMA), 아디다스(ADIDAS), 카파(KAPPA) 등 유명 브랜드를 연상시키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
자전거무늬로 유명한 빈폴을 패러디한 빈곤은 수레를 끄는 남자가 새겨진티셔츠. 최근 불어닥친 경기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담고 있어 공감을 얻고 있다.
파마는 푸마가 퍼머를 한 모습이 재미있다. 오빠나빠는 발가벗은 남녀가 등을 돌린 채 앉아 남자는 담배를 물고 있고, 여자는 훌쩍이고 있다. 다분히 성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로고이지만, 한번 피식 웃는 여유를 갖자는 것이 티셔츠 제작 의도이다.
패러디 티셔츠는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패러디문화를 오프라인과 결합시켜성공한 대표적 케이스.
한.때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동호회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폐인으로 활동하던 김인욱(28)씨 등 3명이 올 2월 인터넷에서 떠돌던 패러디로고로티셔츠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티공구(www.t09.co.kr)’라는 인터넷티셔츠쇼핑몰을 차렸다. 사장은 김씨가 맡았다.
처음 출시된 제품은 모 청량음료의 로고를 패러디한 즐(KIN). 그냥 보면 영어의 킨이지만 글자를 90도 돌리면 ‘즐’이 된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유행시킨 ‘아햏햏’과 유명 댄스그룹 출신 가수의 노래 ‘BREAK IT!’과 발음이 유사한 ‘뷁’이라는 티셔츠도내놓았다.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아디다스의 패러디인 디디바오는 유럽의 귀족들이 입는 명품중의 명품으로, 일반인이 구경하기 힘든 제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한때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다. 니가가라하와이는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유오성에게 했던 말을 영어로 적은 것. NII라는 의류와 나이아가라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제품이다.
이번에는 아예 네티즌을 상대로 로고공모에 나섰다. 반짝 튀는 아이디어들이 적지 않게 접수됐다. 빈곤, 다마, 오빠나빠, 임마, 니가가라 하와이 등상당수 히트작이 네티즌들의 작품이다.
지금도 인터넷을 통해 접수된 로고를 네티즌의 투표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작품을 제품으로 채택하고 있다. 지금까지 30여종의 티셔츠가 만들어졌고, 제품화를 기다리는 로고도 1,000개를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패러디 티셔츠의 인기는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나이스(나이키를 흉내낸)라는 신발에 대한 추억과는 다르다고 김 사장은 설명한다.
“나이스 시대에는 경제적인 여건상 진짜를 가질 수 가 없는 열등감 때문에 남들에게는 이 신발을 신고 있다는 사실을 감춰야 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튀기를 좋아하고 자신을 돋보이는 데 거리낌 없기 때문에 이런 티셔츠를 거리낌없이 입죠.”
패러디 티셔츠는 또 명품을 정교하게 베껴낸 소위 ‘짝퉁’과도 구별된다. 겉보기에 차이가 있어 진품과 혼동할 우려가 없으며, 나름대로의 재미와풍자를 담고 있다.
오히려 패러디 티셔츠의 짝퉁제품이 늘어난 것도 재미있다. 지금까지 티공구를 통해 팔린 티셔츠는 1만여장. 그러나 이 사이트의 로고를 도용, 곳곳에서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는 시장이 몇배나 크다고 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별 수 없지요. 오히려 패러디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괘념하지는 않습니다.”
/한창만기자cmhan@hk.co.kr
■우리시대 익명의 문화게릴라
패러디(parody) 문화 전성시대다. 정치패러디, CF패러디, 영화 및 드라마패러디를 넘어 이제 누드에도 패러디가 차용되고 있다.
패러디는 원래 저명작가의 작품을 모방, 풍자적이거나 익살스럽게 변형시킨 또 하나의 문학장르를 지칭한다. 유명한 원본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약간의 손질만 가해도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패러디는 아마추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반인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괜찮은 아이템이다.
그래서 패러디의 진원지인 웹상에는 지금도 매일 수십개의 패러디가 만들어졌다 유행하고 사라지고 있다.
특히 포토샵의 보급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진편집 및 조작이 가능해졌고, 캠코더의 발달로 영화(비록 아마추어수준이기는 하지만) 한편 만들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이른바 1인 미디어세상이 도래하면서 패러디의 위세가 더욱 높아졌다.
패러디의 효과는 역시 정치분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최근 영화 해피엔드의 포스터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되면서 정치권이 들썩거렸는가 하면, 정치인사진을 합성한 패러디물을 제작한 한 네티즌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패러디표현의 한계에 대한 논란이 공론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패러디물의 경우 유포자가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 혹은 지지의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표를 비롯, 한나라당 출신 정치인을 비난하는 패러디물은라이브이즈(www.liveis.com),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청와대와 여당을 비판하는 패러디는 젊은 한나라가 만드는 좋은나라(www.okjoa.com)를 중심으로 유포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여야를 막론하고 시의성 있는 패러디물이 올라오고 있다.
영화, CF, 음악 패러디분야에서는 풀빵닷컴(www.pullbbang.com)이 독보적이다. 올 3월 문을 연 이 사이트는 발빠르게 변하는 대중문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아예 전문 패러디작가 5명을 기용,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과 ‘달마야 서울가자’를 패러디한 ‘파리의 재구성’과 ‘애기야 파리가자’가 대표작. 박신양, 김정은, 이동건 등 드라마‘파리의 연인’의 주인공들을 박신양이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에 적절하게재배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단순히 한번 웃고 넘어가는 내용도 많지만 적절한 시기에 관심을 끄는 이슈에 대한 패러디를 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근 발생한 감기약 파동때에는 영화 ‘인형사’의 장면에서 따온 ‘감기약4’를 발표했고, 만두파동, 국민연금파동에도 어김없이 패러디 작품을 쏟아냈다.
이 사이트를 통해 등장한 패러디 가수 박분자는 새로운 인터넷 스타로 떴다. 지금까지 ‘휴지의 시’ ‘잡히지 마’ ‘카드는 다 그래’ ‘붕어여’ 등 기존 가요에 적절한 풍자를 담은 노래 6곡을 발표했다.
특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주인공이 화장지가 없어 몇시간째 문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휴지의 시’는 지금까지 65만건을 넘는 조회건수를 기록중이다.
CF패러디 전문사이트 바이러스필름(www.virusfilm.co.kr)은 유명 CF장면을짜집기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 신인배우를 기용, 직접 작품을 찍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패러디물이 저급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이사이트에 공개된 30여편은 상당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한 청량음료 회사에서는 의도적으로 자기 회사 CF물의 패러디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블로그 미디어사이트인 미디어몹이 제공하는 헤딩라인뉴스는 이례적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재방송되고 있는 사례. 브레인서바이버의 패러디인 노브레인서바이버는 방송매체의 시너지효과를 위해 제작됐으나 오히려 원작을 능가하는 인기를 끌기도 했다.
가수 소냐도 누드집에 영화 나인하프위크에서 차용한 장면을 삽입했고, 일반 누드모델들이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패러디한 누드집을 냈다.
/한창만기자cmhan@hk.co.kr
■패러디의 한계 어디까지
패러디열풍이 거세질수록 패러디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웃음속에 담겨있는 사회에 대한 풍자라는 원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저질스러운 내용의 패러디물이 늘어나면서 제재를가해야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살인마 유영철에 비유한다거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반라의 배우얼굴에 합성한 것은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특히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패러디 대상으로 희화화하는 과정에서, 거친 욕설은 물론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들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뿐 아니다. 국내 굴지의 정유회사의 노조는 김선일씨의 참수장면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했다는 이유로 여론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한총련홈페이지에도 몇일동안 김선일씨의 참수를 패러디한 사진이 삭제되지 않고남아있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패러디 티셔츠도 비난의 대상에서 비켜가지는 못한다. 패러디제품의 진품을 제작하는 일부 회사들이 판매중지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돌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패러디문화를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패러디를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패러디는 원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소멸되기 때문에 결코 오랜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며 “일과성(一過性)에 불과한 장르이기 때문에 한번 웃고 지나간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박기수(39)씨는 “패러디문화는 그 자체의 심각성보다 그 것을확대재생산하려는 집단의 불순한 의도가 더 문제”라며 “깊은 사고와 통찰이 없는 패러디문화가 판을 치는 현 세상의 부조리부터 해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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