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직후 "저의 허물을 잊지 않고 항상 자신을 경계하는 회초리로 간직하고 가겠다 "고 밝혔다. 그는 14일로 직무 복귀 3개월을 맞는다. 하지만 복귀 당시 노 대통령이 천명한 국정운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는 아직 별다른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노 대통령은 5월15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집권 2기 국정 목표를 밝혔으나 이 같은 '꿈'은 아직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정치 개혁' '화합과 상생의 정치' '경제 살리기' 등이 참여정부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그 사이에 새로운 내각 진용이 꾸려졌으나 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기조에는 근본적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일상적 국정 통할권'을 총리에게 넘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통치 스타일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날로 하락했다. 직무 복귀 직후에 50%를 상회하던 지지율이 최근에는 30% 전후로 떨어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등 국정 목표가 실현되지 못한 게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 사이에 조기 개각 무산 파동, 김선일씨 피살, 행정수도 이전 논란, 당·청 갈등 등 각종 사건은 지지율 하락의 촉매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합의 정치'도 전혀 실현되지 못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통합 정치를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했고, 야당도 행정수도 이전 정책 및 여권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쟁(相爭)의 정치에 동참했다. 노 대통령은 5월말 연세대 특강에서 "보수는 약육강식이 우주 섭리라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며 보수세력을 자극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개혁을 국회에 맡기고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정치개혁 작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지 않아 여야는 국회법,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직무 복귀 직후 "당면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내수 경제는 더욱 침체의 길을 걸었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당초의 약속이 그대로 지켜졌을 뿐이다.
청와대는 8·15를 전후로 국정 운영 방식을 재조정해 집권 2기를 성공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 대통령이 총리 권한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대통령 혼자 뛰는 통치'에서 '시스템 통치'로 전환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학자들은 "노 대통령이 통합 정치를 펴는 한편 정치·경제 개혁을 말로 아닌 정책으로 분명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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