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이 개막되자 새벽에 한국 경기를 관전하기 위한 '올빼미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그리스 아테네와 한국과의 시간차가 7시간이나 돼 현지에서 오후에 열리는 주요 경기는 대부분 우리나라 새벽 2시 이후에나 TV로 생중계되기 때문에 스포츠광들은 밤을 꼬박 지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12일 새벽에 열린 한국 대 그리스의 축구 경기를 시청한 올빼미족들은 벌써부터 올림픽 후유증을 호소하며 '올림픽폐인'에 대한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D건설사 김모(29)씨는 "야간 경기를 보며 열대야도 식히고 경기 관람도 할 수 있어 좋았지만 낮에 피로가 몰려와 다음날 고생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2)씨도 "본격적인 올림픽 개막 이후에는 직장생활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빼미족들은 '복수 수면법'이란 아이디어를 동원해 효율적인 올림픽 관전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일단 오후 7∼8시께 퇴근을 하자마자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5∼6시간 1차로 잠을 잔 뒤 새벽 1시께 일어나 3∼4시간 주요 경기를 관전하고 다시 오전 4시께 잠을 청하는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또 한국팀의 메달 예상종목과 주요 빅매치를 미리 뽑아두고 녹화를 해 놓고는 주말 밤을 이용해 올림픽 경기를 밤새 지켜보겠다는 '몰아치기 관전족'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올빼미족'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할인점과 음식점, 맥주집, 영화관 등은 열대야와 올림픽 때문에 연일 매출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심야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대부분 올림픽 주요 경기가 열릴 때쯤이라 최근 들어 심야 좌석은 연속 매진사례를 이룬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H찜질방 직원 정모(23)양은 "여름 비수기인데도 올림픽 경기를 보러 하루 50명이 넘는 고객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밖에 식당가와 주점, 할인점 등도 올림픽이 끝나는 8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을 24시간 하겠다고 선언하는 추세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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