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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이번엔 틀렸나?/ 금리인상 시장 반응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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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이번엔 틀렸나?/ 금리인상 시장 반응 냉담

입력
200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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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이 옳았을까.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0일 금리를 재차 0.25% 포인트 올린 데 대해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미국 경기회복 속도와 여러 지표를 감안할 때 이번 금리인상은 적절치 않았다는 시각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금리정책에 대해 시장이 이번처럼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린스펀 의장의 권위까지도 흔들릴 조짐이다.

시장의 분석가들과 그린스펀 의장이 확연히 다른 진단을 내리는 부분은 미국 경기가 과연 착실한 회복국면에 있느냐는 점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6월과 이번 8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경기에 대한 낙관적 기조를 거듭 표명하면서 인플레가 최우선 관심사임을 들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가가 급등하고 지난달 고용지표가 악화했지만, 정책기조를 바꿀 정도는 아닌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시장의 판단은 달랐다. 고유가가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데도 그린스펀 의장이 상황을 안이하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로이터 통신은 "배럴당 45달러만 되도 엄청난 고통이 수반되는데 만약 50달러까지 유가가 치솟는다면 전혀 새로운 게임을 해야 한다"며 미국 금융당국의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는 '위험한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유가가 그린스펀의 생각과 달리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는다면, 고유가가 산업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해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2일 사설에서 "고용회복에 대한 불투명, 고유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여러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금리인상은 그린스펀의 진가(眞價)를 시험하는 계기를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딘 경기회복과 인플레 압력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사이에서 그리스펀이 쓸 수 있는 '실탄'은 소진됐으며 이는 그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불투명한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린 것은 뱉어놓은 말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하고 있다.

불과 3주전 의회에 출석해 미국경제가 굳건하다며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겠다고 증언한 마당에 돌연 금리를 동결했을 경우 초래할 엄청난 파장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미국경제에 대한 위기감 확산과 FRB에 대한 신뢰도 추락을 무릅쓰면서까지 정책기조를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FOMC의 다음달 21일 정례회의로 모아지고 있다. 이 회의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어떤 화법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경기전망의 진정한 속내가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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