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0일 공석 중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골수 공화당원인 포터 고스(65·플로리다) 하원 정보위원장을 지명, 또 하나의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고스 의원은 6월 하원 회의장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의 정보비 삭감 표결을 거세게 성토하고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선거 관련 기자회견에도 참석, 케리 후보의 안보관을 공박하는 등 케리 비판에 앞장서 왔다. 1달 전쯤 조지 테닛 전임 CIA 국장의 후임으로 그의 이름이 거명됐을 때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정치적 색깔이 분명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선을 3개월도 안 남긴 시점에서 초당적 성향이 요구되는 CIA 국장에 그 같은 인물이 지명된 데 대해 민주당측이 달가울 리가 없다. 제이 록펠러(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 등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즉각 고스 의원을 "당파적 인물"이라고 몰아세우며 이번 지명을 부시의 정치적 실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발은 그에 대한 상원 인준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정치담당 고문 칼 로브가 이런 부담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오히려 부시 대통령이 당파적 논쟁을 원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부시의 실수가 아니라 민주당에 던진 덫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방해 등으로 그의 인준을 질질 끌 경우 부시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안보의식이 희박하다고 공격할 무기를 쥐어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0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토안보부 신설 법안 일부를 반대했다가 부시 대통령의 역공에 말린 일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의원들은 결코 반대 일색이 아니다. 고스 의원에 대한 인준 동의를 전제로 정보부서 개혁에 대한 9·11 테러조사위원회의 권고를 지지하는지를 따져 묻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케리 후보는 "우리는 공정하고 초당적이고 신속한 인준 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말해 고스 의원 지명에 따른 논란의 핵심을 비껴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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