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175m를 유지하라!”사람이 할 일은 끝났다. 총구가 운명을 결정한다. 한국의 아테네올림픽 첫금메달을 책임진 사격 10m 공기소총 팀의 특명은 ‘총기점검’. 지름 0.5㎜ 10점과녁의 가운데를 뚫기 위해선 ‘닦고 조이고 기름치기’만 남았다.
조은영(32) 서선화(22ㆍ이상 울진군청) 제성태(19ㆍ경희대) 천민호(17ㆍ경북체고) 등 ‘4인의 소총수’는 바이오리듬을 14일(한국시각ㆍ여자)과 16일(남자)에 맞춰놓았다. 하지만 사람보다 예민한 것이 총. 총기 점검 디데이(D-Day)는 경기 3일전이다. 장시간 여행에 시달리고 무더위에 녹초가 된총의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기압으로 발사되는 공기소총의 특성상 피스톤 압력은 점검의 핵심. 보통 탄속은 초속 180m지만 한국은 정압기(整壓器)를 이용해 5~10m 낮추기로 했다. 대표팀 이효철(울진군청 감독) 코치는 “빠르다고 잘 맞는 건 아니다”라며 “총기제작은 몰라도 탄속조절 기술은 한국이 최고”라고 했다. 가늠자 조절 역시 두말할 것 없다.
‘훌륭한 농부가 쟁기를 탓하랴.’ 10일 오후 마르코풀로사격장은 한국 총잡이들의 눈빛에 싸늘하게 질려있었다. 수차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숨을 고르길 몇분. 총구를 떠난 탄환은 여지없이 10점 과녁을 뚫는다.
무심코 흘린 콧김에 순위가 뒤바뀌는 ‘오차와의 전쟁’. 한 숨과 한 발이신중할 수밖에 없다. ‘겁 없는 10대’ 천민호는 이날 400발 중 4발이 10점 과녁을 비켜간 탓인지 연습시간이 넘도록 사대를 떠나지 않았다. 제성태는 “즐겁게 쏘지만 후회하지 않도록”이라는 소신을 연습기간 내내 되새겼다.
훈련을 마친 조은영과 서선화는 가요와 팝송을 들으며 휴식을 취했다. 조은영은 “잘 맞을 때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고했다. 1시간여의 긴장을 푸는 일은 연습만큼 중요하다. 스트레스와 불안이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이 코치의 주문사항은 딱 하나. “즐겨라. 네가 최고다. 연습장이 경기장이다. 그리고 경기장을 연습장이라 생각하라.”
아테네=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