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당첨확률이 수억만 분의 일인 로또를 사는가. 로또에 당첨될가능성은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갈 정도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잘만하면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해답이다. 왜 사람들은 번 돈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저축을 하는가.내집마련을 해보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먹고 산다’고 해야한다. 희망을 가진 사람의 특징은 미래를 거의 ‘할인’하지 않거나 조금밖에 ‘할인’하지 않는 반면, 희망이 없는 사람은 미래를 대폭 ‘할인’한다는 점에 있다. 미래를 완전히 할인한다면, 한탕주의나 찰나주의에 빠질 수밖에없다.
지금 우리사회에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물론 돌려막기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거나 카드빚에 몰려있는 사람이라면 희망다운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노숙자도 마찬가지고 자살을 생각하는사람도 다를 바 없다. 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는 젊은이들도죽지 못해 살아간다고 절규하고 있지 않을까.
요즈음 서울 사람들은 어떤가.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나 평택쯤에서 휴전이 되면 인구 5할이 빠져 나가게된다”는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위원장의 알쏭달쏭한 말을 들으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지 않을까. 서울을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또 친일진상규명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마음이 어떨까.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친일파로 판명 나면 이웃은 물론 자식을 볼 면목이 없다고 낙담하지 않을까.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민족을 배반한 삶으로낙인이 찍힐텐데,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또 이민을 가보겠다고 생각해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하는광고문을 상기할 정도의 가벼운 마음일까, 아니면 “실망한 당신, 떠나라”하는 식의 암울한 마음일까.
이라크로 떠난 자이툰 부대는 어떤가. 어려운 상황인줄은 알지만, 이라크재건을 통하여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가진 그들이 국민도 모르게 떠나야 하다니…. 정부의 지나친 보안의식 때문에 혹시 낙담하지는 않을까.
더욱이 최근 한국사회 내부에서는 일제에 빼앗긴 과거를 되찾겠다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우리의 찬란했던 과거를 송두리째 빼앗으려 하니, 국사를배워온 우리들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처사이다. 고구려의 영광을 지키지 못한 후예들이 어떻게 차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래저래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어나는 판국이다. 우리상황을 보면‘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닫힌 형국과 다를 바 없다. 판도라가 호기심에 상자를 열자 안에 있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린다. 이에 놀란 판도라가얼른 상자를 닫는 바람에 ‘희망’이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희망도 없이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가.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정치의 기능일 터이다. 내우외환 등 암울한상황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정치인들이 생각난다. 영국의 처칠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다. 나치독일의 연전연승속에 영국전체가 좌절하고 있는데,처칠이 나서서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가. 국회탄핵후 대통령도 자신있는 모습으로 돌아왔고 또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런가하면 헌정사상 드물기 짝이 없는 과반수 여당도 탄생했다. 그런데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가. 기득권자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반개혁주의자가 많아서일까.
배를 저어가면 ‘희망의 나라’로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누가 노를 젖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정부여당이 야당과 티격태격할 때가 아니다. 힘차게대한민국호(號)를 저어 희망의 나라로 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할 때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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