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그리스적인 행사다.” “인간의 탄생과 올림픽 정신의 진수를 심플하고 멋지게 표현했다.”8일(2만5,000명)과 10일(7만명) 두 차례 있었던 개막식 리허설 행사를 참여한 아테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결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러면서도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심지어 “이것을 외부에 공개하는 사람은 애국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얘기를 모자이크해보면 개막식 행사는 ‘인간 중심의 올림픽’(Unique olympic on human scale)을 주제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에 깃든다”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철학과 신체의 제전이자 평화의 축전인 올림픽 정신을 첨단 기술에 접목한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향연에 초대된 신들의 퍼레이드
개막식은 수백개의 북이 울리는웅장한 가운데 하얀 빛줄기를 뿌리며 혜성 하나가 올림픽스타디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시작된다.
이어 조명이 켜지면 스타디움 바닥은 그리스의 상징인 에게해를 나타내는거대한 호수로 변해 있다. 한 어린이가 호수에 대형 종이배를 타고 입장,중앙무대에서 기다리던 콘스탄티노스 스테파노폴리스 그리스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다.
이어 본격적인 신화의 무대. ‘신들의 제왕’ 제우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 ‘태양과 예언의 신’ 아폴로, ‘바다의 신’ 포세이돈 등이 등장한다.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인 켄타우로스가 호수 중앙에 창을 던지면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지혜의 신인 아테나 여신상이 서서히 솟아 오른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등 그리스 신화의 영웅과 트로이 목마를 비롯한 각종 상징물이 나타난다.
올림픽 방주
장면이 바뀐다. 이어 제우스가 오만해진 인간을 없애기 위해 일으킨 방주로 혼탁한 인간세상이 쓸려 내려가자 인간을 사랑하는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아들 데우칼리온에게 배를 마련해준다. 겨우 살아남은 데우칼리온의 자식이 바로 그리스인의 조상인 헬렌이다.
조직위는 방주를 형상화하기 위해 호수 안에 대형 순환 철골 구조물을 설치, 출연자들이 물 속에서 떠오르는 획기적인 방식(엘리베이터 시스템)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행사는 이어 탐욕에 가득한 인간들의 전쟁과 델포이 신탁에서 아폴론의 계시를 통해 도시국가 엘리스의 올림포스 언덕에서 평화의 제전으로 시작된고대 올림픽 1,170년과 근대올림픽의 108년의 역사 등이 화려한 불꽃놀이속에 펼쳐진다.
조직위 관계자는 “개막식은 돈과 약물, 상업주의에 오염됐던 올림픽이 고향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아크로폴리스 제단에서인간과 올림픽의 순수한 정신에 바치는 부활의 씻김굿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테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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