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언론의 완장문화, 군림문화에 꿋꿋하게 맞서라고 국무회의에서 지시했다고 한다. 그 동안 거듭 피력한 언론관에 비춰 부당하다고 여기는 보도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인 것은 쉽게 짐작한다.그러나 특히언론의 귀와 눈을 끄는 것은, 뜻을 알 듯 말 듯한 완장문화라는 용어다. 완장이란 말이 흔히 별 것 아닌 권력을 갖고 한껏 으스대는꼴을 비하할 때 쓰는 것을 생각하면, 정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입에 담은 것은 그리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새삼스레 대통령의 말솜씨를 논란하기 보다는, 언론 현실부터 되돌아 보는 것이 도리일 듯 하다.
■ 대통령이 지칭했을 몇몇 보수 신문의 보도태도는 선입견 없이 보아도 문제가 있다. 정부와 권력에 대한 건전한 비판, 냉철한 감시 역할을 벗어나 다분히 적대적이고 편향된 시각을 드러낼 때가 많은 것이다.
이념노선과 정책판단에 따라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국가 현안에 대한 정부정책을 사실과 논리에 충실하게 보도 논평하지 않고, 대뜸 나라를 흔들고국민을 도탄에 빠뜨리려고 작정했냐고 욕하는 행태다.
나라 돼가는 꼴이 한심하다든가, 국민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라고 개탄을일삼는 짓이다. 국민의 이성적 분별을 돕기보다, 감성적 반발을 자극하려는 악의를 느낄만한 것이다.
■ 그렇다고 이걸 완장문화라고 매도하는 것이 옳은 지는 의문이다. 대통령과 언론개혁론자들은 보수 신문들이 권위주의 권력에 굴종하고 영합해 권세를 얻었기에 그리 규정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신문이 지금껏 지닌 영향력이 기득권에만 바탕 한다고 보기는어렵다. 정부 비판을 온통 악의적 편향보도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논조가 기득권 계층의 기호와 이익에 영합하고 이바지한다고 해서, 신문의 본질 또는 본분과 어긋난다고 할 것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 모든 계층을 폭 넓게 배려해야 할 정부가 유독 기득권 신문을질시하고 혐오하는 것은 오히려 반민주적이다.
■ 완장을 사회적 상징어로 만든 소설 ‘완장’은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오염력을 고발했다. 거기서 완장 찬 권력은 보이지 않는 거대권력의 심부름꾼이다.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어먹고 돌팔매를 대신 맞아주는 앞잡이다.
이런 설정에 맞춰보면, 지금 우리사회의 완장 찬 언론은 보수보다 진보 쪽에 있다. 무슨 망발이냐고 화낼 것이다. 그러나 완고한 보수에 맞선다는 명분에 도취한 탓인지, 사실과 논리에 충성해야 할 본연의 자세에서 갈수록 멀어진다. 권력이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이 지지세력 속의 완장문화다. 맹목적 편가르기에 매달리다가 명분마저 잃고 스스로 주저앉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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