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중국이냐." 386세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이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변화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후 중국에 대한 호의적 시각은 다소 줄어드는 반면 반미(反美) 성향은 다소 엷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중국에 대한 인식변화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나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며 할 말을 제대로 못한 게 '역사 왜곡'이라는 화를 불렀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고구려사 왜곡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도 무조건 우호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미 자주외교에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일부 소장파 의원의 의견과는 달리 우리당 내부의 대미관은 호전되는 양상이다. 운동권 출신의 한 의원은 단도직입으로 "나는 친미주의자"라고 말했다. 김부겸 의장비서실장은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감안할 때 미국의 위상은 여전히 절대적"이라며 "반미냐, 친중이냐는 이분법적 시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4월 당 워크숍에서 당선자 130명을 대상으로 '대외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나라'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중국 우선'이라는 답변이 63%에 달한 것에 비추어 적지 않은 변화다.
이런 가운데 당내 학생 운동권 출신 의원들 사이에는 이번 역사왜곡 사태의 원인 분석과 중국과의 관계 틀을 자리매김 하는 문제 등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정봉주 의원은 10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의도적인 역사왜곡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와 관련된 주변국의 역사 왜곡 사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이유는 우리 외교가 미국에 편향됐고 국제사회에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미 종속적인 외교 관점을 바로 잡는 것"이라며 "이런 기초 위에서 중국에 대해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입장을 갖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은 중국에 대해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성장한 국력에 걸맞게 때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당당하게 할 말은 하는 노선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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