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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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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는 ‘첩첩산중’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오지였습니다. 소백과 태백, 양백의 준봉에 둘러싸인 지세에 교통망이 부실해서 외지인들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때를 덜 탄 봉화의 산하는 여전히 곱고 순박합니다. 열목어가 살아있고 아직도 반딧불이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이 봉화입니다.꼿꼿한 양반네들이 지켜온 유교문화도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은 3권에서 “봉화는 외지인의 상처를 입지 않고옛 이끼까지 곱게 간직하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민속촌”이라며 “봉화의 전통마을이 세상에 알려지기 않기를 바라며 봉화 답사를 포기한다”고 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의 바람이 유독 봉화만 내버려둘 리 없습니다. 중앙고속도로 등 여기저기 길이 뚫리면서 세상에 문을 연 봉화도 급속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원시림의 산을 깎아 골프장을 건설하고, 스키장이 안되니 산림휴양단지를조성하고, 청량산 자락에 인공폭포를 만들고, 전망 좋은 곳에는 정자를 세우고…. 최근 봉화군이 추진하는 사업들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봉화 읍내를 위압적으로 내려다 보게 새로 지은 거대한 군 청사 마냥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청량사의 지현 스님은 “청정하다는 것이 바로 봉화의 최대 상품 가치인데 이제 와서 다른 곳과 똑같이개발하면 봉화를 누가 찾아오겠는가”라며 아쉬워 했습니다.

전국 230여 지방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꼴찌 수준인데다 젊은 사람들의유출이 심각한 만큼 뭐든 해야 한다는 봉화군의 절박함을 이해 못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지금 봉화의 은어축제를 보십시오. 은어가 사라진 하천에 양식장 은어를 풀어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송이가 사라진 산자락에서 양송이로 송이 축제를 열수는 없지 않습니까.

봉화의 미래는 분명 청정 자연, 청정 문화의 보존에 달려있습니다. 보존과개발이 적절하게 조화되는 묘안을 찾지 못했다면 찾을 때까지 좀더 기다려야 합니다. 봉화의 미래를 여는 길이기에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봉화를 지금껏 지켜온 그 정신과 정성을 다시금 되새기며 봉화가 제2의 정동진, 제2의 동강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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