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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작은영화' 인위적 보호는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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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작은영화' 인위적 보호는 미봉책

입력
2004.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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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유례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예술성이 높거나 실험적 요소가 강한 ‘작은 영화’의 위상은 불안하다. 잔칫집 강아지처럼 호황의 그늘에 가린 채 변변하게 상영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영화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모든 극장에 대해 이들 영화의 상영을강제하는 ‘마이너리티 쿼터(소수자 할당)’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현재의 스크린 쿼터제가 경쟁력 있는 대작을 더 보호하게 된다는 현실적 모순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가 성장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영화를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며 인위적인 보호를 제도화하려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자칫 경쟁력 강한 일반 영화들이 작은 영화를 위협하는 요인이며 나아가 한국영화 발전에 장애물인 것처럼 곡해될 소지가 크다.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이 못산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작은영화는 문화적 다양성을 넓혀 주고, 주류 영화가 담기 어려운 진지한 실험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변을 지탱하는 초석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올드 보이’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데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는 한국 영화의 시기원을 연 성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몇몇 영화가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한국영화의 위상이 달라지고 세계 영화의 판도를 바꾸었다고 자평한다면 그것은 우리만의 잔치일 뿐이다.

우리보다 앞서 유수한 국제영화제에서 화려한 수상을 계속한 일본, 중국,이란, 대만 같은 나라들은 구로자와 아키라, 이마무라 쇼헤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첸 카이거, 장이모우, 후샤오시엔 같은 감독을 영화계의 명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 나라 영화의 제작 여건이 달라졌다거나 국제적 경쟁력이 향상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은 영화에 대한 예찬이 한시적인자만 또는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인위적인 지원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국내에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되는 극장 12개가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설립 사업은 상업영화가 주도하는 시장구조를 다양화하며, 경쟁에서 밀리는 영화들의 유통경로를 마련해 주는 것이란 점에서 획기적인 대안으로 평가되었지만 시행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어떤 것이 예술영화인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예술영화로 선정했다 하더라도 관객이 그 영화를 선택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 쿼터제는 예술영화 전용관제의 개념을 모든 극장에 일괄적으로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작은 영화 상영 기회를 인위적으로 보장할 수는 있지만 그 때문에 일반적인 한국영화의 상영 기회를 오히려 축소시킬 소지가크다. 최악의 경우는 보통 영화의 상영 기회는 줄이고, 흥행이 되지 않는영화는 억지로 상영함으로써 영화사와 극장 모두 공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정책이 큰 틀에서 영화계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스크린 쿼터제가 작은 영화를 보호하지 못한다고해서 일반 극장에 대해 또 다시 상영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은 자생력을 갖추어 가고 있는 영화계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작은 영화를 보호하겠다면 예술영화 전용관 운영을 활성화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전용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극장의 기획력을 높이고 유통업계가 새로운 배급망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더 멀리는 관객의 영화 보기를 다양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객이 참여하지 않는 영화보호 정책은 어떤 경우든 실효 없는 미봉책일 뿐이다.

조희문 상명대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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