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지난 4일 하반기 '코스닥 최대어'로 각광받던 코아로직이 청약 미달 사태를 빚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코스닥 등록 승인을 받은 다른 기업들도 공모일정을 뒤로 연기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도 등록 예정 기업들의 거래가 뚝 끊겼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이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우량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월부터 청약 경쟁률 지속적 하락
증시 관계자들은 올해 상반기에 554억원의 매출액과 188억원의 순이익을 낸 우량 기업 코아로직이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코스닥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조짐은 이미 6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7개 업체나 공모를 실시했던 5월에는 에쎌텍이 716.7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에이로직스와 디지털멀티텍, 디에이피 등 3개 업체가 4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6월 들어 청약 경쟁률이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27∼28일 공모한 신성델타테크는 경쟁률이 1.96대 1로 급락했다. 이 바람에 올 들어 7월까지 공모를 통한 코스닥 기업들의 자금 조달액은 총 2,351억5,000만원(26건)으로 지난해의 2,897억7,000만원(43건)에 비해 건수로는 39.53%, 금액으로는 18.85% 급감했다.
등록·유상증자로 자금조달 어려워져
코아로직 미달사태 이후 우량 중소기업들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예비등록심사를 통과한 후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업체는 18개사에 달한다. 지난 5월 12일 코스닥 등록 승인을 받았던 모코코의 IR 담당자는 "시장 상황이 매우 안 좋아 등록 마감 시한을 어기지 않는 한 최대로 늦춰서 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등록한 기업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 한국스템셀과 포이보스는 최근 실시된 일반공모 유상증자에서 전량 미달 사태를 빚었다.
코스닥 시장 건전화 시급
이처럼 등록기업의 돈줄이 꽉 막힌 것은 무엇보다 코스닥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정을 받더라도 주가가 공모가 이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본전도 찾기 어렵게 됐다. 기관들도 최근 연이은 공모주 투자에서 손해를 입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에서 기관이 손해를 보긴 했지만 일부 기관이 코아로직 같은 우량 기업의 청약을 포기한 것은 잘못된 투자판단이었다"며 "코스닥 시장이 바닥권인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이 우량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회복하려면 문제 있는 기업의 퇴출 등을 통해 시장 건전화를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