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9일 열린 당정협의는 열린우리당과 정부간 역할분담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강경한 성토(여당)와 외교적인 설득(외교부)을 병행하는 '강온 양면정책'으로 중국을 압박하기로 한 것이다.예상대로 의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한명숙 의원은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 때문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역사 왜곡은 북핵 문제와 별개의 사안이므로 정부가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안영근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중국·일본의 역사에 대한 포괄적 연구를 지시한 것과 관련, "정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잘못 이해해서 학술적인 대응책만 고려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명백히 정치적인 의도를 지닌 만큼 학술적·외교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외교부는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외교관계에서 강경한 태도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당 차원에서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자체 대응만으로는 힘들다는 점도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서 외교부 산하에 설치된 실무협의회를 격상시켜 범정부 차원의 대책기구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외교부의 역할분담 요청을 우리당이 수용한 결과였다. 또 우리당이 국회 내 특위 구성을 서두르기로 한 것도 정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당정협의에서도 대응 수위를 놓고 우리당 내부의 돌출행동이 나타났다. 김원웅 의원이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간도협약 무효화'를 제기하며 "외교부가 대응책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천정배 원내대표는 "고구려사 왜곡 문제의 초점을 흐릴 필요가 있으며 당론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차단막을 쳐 잠시 논란이 일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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