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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할인점…홈플러스 24시간 영업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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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잊은 할인점…홈플러스 24시간 영업 르포

입력
200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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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7일 밤 11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 자정에 가까운 시각인데도 가족단위 쇼핑객이 북적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쇼핑카트 가득 물건을 채우는 가족, 잠자는 아기를 데리고 물건을 고르는 주부, 문고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 읽기에 여념이 없는 남성, "더워서 잠이 안 온다"며 음료수를 들고 매장 의자에 앉아 쉬는 할머니….정육코너는 "100g에 1,000원"을 외치며 돼지목살을 막판 떨이하느라 번잡하다. 자정이 돼 지하 1층 책방이 문을 닫자 책을 읽던 남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1층 서적·완구 코너로 이동한다. 아이에게 탈 것이나 만화책을 쥐어주고 쇼핑하는 아내를 기다리기 위해서다.

9시부터 쇼핑을 시작했다는 한 주부는 "자정이 넘었으니 집에 돌아갈 때"라며 "맞벌이부부여서 보통 금·토요일 저녁 이 곳에 와 쇼핑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노는 4살짜리 아이는 영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정이 되면 매장의 주·야간 근무자들은 신속하게 자리를 바꾼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저녁 9∼10시 대보다 붐비는 피크 타임이어서 한시도 계산대를 비울 수 없다. 심야시간대에 계산대를 통과하는 고객 수는 약 1,000명. 평균 3명을 동반한다고 봤을 때 2시간동안 3,000명이 매장을 찾는다는 얘기다.

야식을 해결하러 오는 이들도 있다. 조리식품 코너에서 김밥 2개와 우유를 사든 젊은이들이 매장 옆 의자에 걸터앉아 끼니를 해결한다. 국내 최초로 24시간 운영하는 1층의 패스트푸드점에도 장사진이 늘어서 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지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쇼핑객이 줄어들고 쇼핑카트 서너개에 물건을 가득 채우는 '큰 손' 쇼핑객이 눈에 띈다. 주변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야간 근무 5개월째라는 황성국 야간 점장은 "심야에만 오는 손님들이 많아상품을 문의하면서 알게 된 손님도 더러 있다"며 "가끔 점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리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부터 대부분의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특히 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 심야 쇼핑은 말 그대로 성황이다. 황 점장은"지난해에 비해 6∼7월의 매출은 각각 37∼ 38% 올랐고 자정∼오전8시 쇼핑객은 30% 정도 늘었다"며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심야 쇼핑이 크게 늘어나 8월 매출 신장률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은 새벽 2시가 넘어서자 한숨 돌리는 분위기. 그렇다고 손이 비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는 빠진 물건들을 창고에서 가져와 채우는 일이 시작된다. 심야에 갑자기 과일을 사러 오는 유흥업소 업주, 새벽부터 휴가 준비를 하러 오는 여행객, 해 뜰 무렵 아침운동 길에 들르는 '종달새 손님'들을 위해서다. 새벽3시가 넘어서도 매장의 움직임은 계속됐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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