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뾰죽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정부의 정책실패와 잦은 말 바꾸기가 이어지면서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을 내놓아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 반발만 야기한다는 '정책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8일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미국 광우병 발생 이후 쇠고기 소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주부들을 대상으로 쇠고기 정보에 대한 정보원별 신뢰도를 측정한 결과, 정부 신뢰도는 15.3%로 소비자 단체에 대한 신뢰도 47.8%, 언론매체 16.7%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미국 농무성을 가장 신뢰한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이처럼 추락하는 것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페닐프로판올아미(PPA) 성분 감기약 처리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가 국민의 안전보다는 업계의 이해를 우선하는 듯한 태도를 자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쟁력평가원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2002년 한국 기업인의 정부 정책에 대한 공감도는 비교대상 60개 국가 중 32위였으나 2004년에는 54위로 추락했다. 또 경제정책이 변화에 적응하는 정도에 대한 평가도 15위에서 32위로, 경제 정책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는 정도도 30위에서 40위로 하락했다.
특히 온 국민의 이해가 걸린 부동산 정책의 경우 냉·온탕을 오가듯 규제와 부양책이 반복되고, 최근 분양가 공개 문제에서 보듯이 정부·여당이 말바꾸기를 거듭하면서 심각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재산세 인상과 부동산 종합과세에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는가 하면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제도는 전국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 가운데 47.1%가 부정적 입장을 표시하는 등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불신은 최근 경기대책이나 부동산 대책등에서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잦은 정책변경, 임기응변식 정책 집행 등으로 정부가 자초한 것으로 진단한다. 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재벌개혁 논란 세제개편 논란 등에서 정부와 여당이 조율없이 쏟아내는 정책과 공약도 정책 신뢰성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조하현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나라경제 8월호' 기고에서 "정부의 갖가지 처방에도 불구 불황의 골이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정책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책 무용성'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로서도 가시적인 경제정책을 내놓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혀, 정책의 대 국민 신뢰성 제고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인식을 드러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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