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여름휴가의 정점이 지나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만 전 아직도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이 휴가로 들르는 이곳 광릉 숲이 일터이고, 다음 주에 조사를 떠나야 하는 개인산 역시 휴가가 아니면 가보기 어려운 산 좋고 물 맑은 깊은 골짜기이니 이를 위로 삼아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아직 휴가가 남아 있다면 다녀오시는 길목에 수목원에 한 번 꼭 들러보십시오. 이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각국의 식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입니다. 식물들을 아름답게 배열하고, 걷기 편하면서 보기 좋게 길을 내었으며, 궁금했던 식물의 이름표도 친철하게 붙여 놓았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자연의 요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말하자면 식물을 배우기 위해 특별 과외공부를 시켜 주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으로 떠난 길목마다 만났던 짙은 초록빛의 싱그러운 숲, 물마저 푸르러 더없이 시원한 맑은 계곡과 함께 어우러진 나무와 풀을 보며 혹시 궁금한 식물이 있다면 그곳에서 확인하실 수도 있습니다.
혹시 수목원은 뭐고 식물원은 무엇일까 하고 궁금하다면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많은 분이 수목원이라고 하면 제가 일하는 국립수목원(예전에 광릉수목원이라고 했습니다)이 떠오르고 식물원이라고 남산의 온실식물원이 생각난다고 혹시 너른 정원에 조성된 수목원에 유리온실이 있는 것을 식물원이라고 아신다면 잘못입니다. 아주 비슷하지만 수목원에서는 나무에게 비중을 좀 더 두고 있다는 정도로 구별하면 될 듯합니다.
수목원이나 식물원이라고 하면 그저 식물을 모아서 곱게 배열해 놓은 곳으로 알고 계시지만 이것은 아주 표면적인 기능의 하나입니다. 곳곳에서 모은 식물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식물유전 자원을 모으고 보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청사조 등과 같은 몇몇 식물은 자생지에서는 이미 사라졌지만 홍릉수목원에 잘 보전(이를 현지외 보전이라고 합니다)되었던 것을 증식해 다시 자생지에 옮겨 심는 복원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식물을 모아 키우는 와중에 다양한 식물품종이 새로 출현하기도 합니다. 구절초와 산국을 모아 심은 한 식물원에서는 두 식물의 잡종인 아주 특별한 빛깔의 국화품종이 탄생하기도 하지요. 국민에게는 아주 편안한 휴식처이며 아주 자연스러운 자연교육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수목원에서는 적극적으로 캠프나 자연학교 등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큰 식물원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에서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식물원에 투자를 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제 이곳은 손익분기점을 넘긴 지가 아주 오래됐고 이젠 전국의 도마다 수목원이 생기고 개인적으로 만든 아름답고 개성있는 식물원도 그 수를 더해갑니다. 이런 면에서는 정말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찾아가 자연을 눈 여겨 보고 느끼는 선진국이 되어가는 듯 합니다.
혹시 서해안에 있다면 천리포수목원이나 고운식물원에서 다양한 세계식물을, 동해에 있다면 한국자생식물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꽃들의 정원을 경험하십시오. 남쪽이라면 외도에서 이국적인 정원을 거니시거나 완도나 반성의 수목원에서 차분한 식물공부를 해보십시오. 멀리 떠날 처지가 아니시라면 중간쯤 되는 한택식물원에서 다양한 꽃들의 향연에 취해보셔도 좋고 국립수목원에서 숲 길을 거니시거나 준비해 놓은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보며 참여하셔도 좋을 듯합니다. 올 여름 수목원이나 식물원에서 식물과 자연을 알기 위한 집중 과외를 꼭 받아보세요.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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