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를 미뤄왔던 사람들의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다. 17일 기아차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전략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를 선보이는 것을 비롯, 내년 1월까지 다양한 신차가 봇물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각 제조사들의 신차 사진과 제원에 대한 조회수가 수만건에 달하는 등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차 출시 러시의 테이프를 끊는 차는 기아차의 '스포티지'. 1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신차 발표회를 갖고 전국 판매점에서 본격 시판된다. '미니 쏘렌토'로 불리는 신차 '스포티지'는 2,000㏄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장착했고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런 내부 사양을 자랑한다. 수정 모양의 헤드 램프와 시원한 라디에이터 그릴, 볼륨감 있는 범퍼 등도 눈에 띈다. 가격대는 모델별로 다르지만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 기준으로 1,850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차의 SUV 투싼보다 30만원 정도 높은 가격대다.
현대차는 24일 뉴EF쏘나타 후속 모델인 '쏘나타'를 출시한다. 현대차의 야심작으로 성능, 디자인, 편의사양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도요타의 캠리, 혼다의 어코드와 경쟁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쏘나타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및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 로열티를 받고 수출되는 '세타엔진'이 처음 장착되고 경제성과 정숙성도 향상됐다는 평이다. 또 타이밍벨트를 금속 체인으로 교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2,000㏄와 2,400㏄ 모델이 나오며, 최고급 사양의 인테리어와 전자식 주행안정프로그램(ESP) 등 최첨단 기능도 장착된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통해 내수 침체의 늪을 빠져 나오는 것은 물론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의 위상도 한단계 높인다는 계획이다. 가격대는 뉴EF쏘나타보다 수백만원 비쌀 전망이다.
다음달엔 GM대우가 라세티 1,600㏄ 모델을 내놓는다. GM대우는 또 이르면 11월 차세대 경차 'M-200'(프로젝트명)을 출시할 계획이다. GM대우는 M-200이 출시되더라도 마티즈를 병행 생산, 경차 시장의 규모를 넓혀 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SM3 1.6을 출시, 1,600㏄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르노삼성차는 12월 SM5보다 큰 'SM7'(프로젝트명 EX)을 선보인다. 닛산의 '티아나'를 기본 모델로 한 배기량 3,500㏄ 차량이다.
이렇게 해를 넘기면 내년 1월에는 디젤 승용차 출시가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유로-3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엔진의 뉴아반떼XD 1.5와 라비타 1.5를 내년 1월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기아차도 연말이나 내년 초 리오 후속 모델인 'JM'(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수입차도 신차 출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2일 렉서스가 수입차 베스트셀러인 'ES330'의 마이너체인지 모델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9월엔 폴크스바겐이 '골프'를 3,000만원대에 출시하고 10월엔 푸조가 '407', '407SW', '206RC', '206SW' 모델 등을 잇달아 내 놓는다.
다임러크라이슬러도 같은 달 미니밴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결합한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와 2인승 '크로스파이어'를 출시한다. 11월엔 혼다의 인기 SUV인 'CR-V'도 나온다. 또 12월에는 포르쉐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 가운데 최고가인 8억8,000만원의 슈퍼카 'GT카레라'를 출시한다.
업계에선 이러한 신차 출시 붐이 자동차 내수 시장의 침체를 떨쳐 낼 수 있을 지 걱정반 기대반으로 주시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판촉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각 사의 신차 출시까지 겹칠 경우 자동차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생존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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