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거래에도 '기부'라는 말이 존재할까. 미국의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중국의 하이난 증권사에 5억1,000만 위안(약 6,200만 달러)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결코 기부의 대가로 하이난 증권에 지분이나 경영권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이 기부금은 전적으로 하이난 증권이 고객들에게 빌린 자금을 갚는 데 쓰일 예정이다. 때문에 어디까지나 투자가 아니라 '기부(donation)'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위해선 물불 안 가리는 다국적 투자회사가 정말 자선단체에 기부하듯 선뜻 중국 증권사를 살리기 위해 거금을 쾌척하는 걸까.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부금은 골드만삭스의 중국 내 합작 투자은행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인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일종의 투자이다.골드만삭스는 하이난 증권과는 별도로 중국 내 금융업자 팡펭레이에 8억 위안을 빌려줬다. 팡펭레이는 골드만삭스의 자금으로 가오후아라는 증권사를 설립하고, 가오후아는 골드만삭스와의 합작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차이나의 최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증권법을 비켜나가기 위해 이처럼 복잡한 계약 과정을 거쳐 결국 팡펭레이에 대한 대출금으로 가오후아의 지분을 매입, 골드만삭스 차이나의 경영권을 장악할 꿈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합작투자은행 경영권 확보 시나리오는 지난달 일단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증권감독위원회의가 퇴짜를 놓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의 환심을 얻기 위해 기부라는 특단의 카드가 필요했던 셈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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