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노동계 파업이 잇따라 실패로 끝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임금 등 근로조건이 좋으면서도 노사문제 뿐 아니라 정치적 주장까지 실어 파업을 강행한 '귀족 노조'의 경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며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20일 동안 파업을 강행한 LG정유 노조는 6일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백기투항'했다. 이들은 최근 5년 동안 두 자릿수 임금 인상으로 생산직 근로자 평균 연봉이 7,000만원에 이르렀는데도 10.5%(이후 8% 인상 요구) 임금 인상과 5조3교대(주당 33.6시간 근무),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했다. 회사측이 이들의 요구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맞서자 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국가필수공익사업장으로 분류된 이 회사 노조에 대해 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협상안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는 기본급 4.5% 인상 주당 40시간 근무 등을 골자로 한 직권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무시한 채 불법 파업을 계속했다. 특히 조선대에서 농성하면서 회장을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자녀 수에 상관없는 학자금 전액 지원, 골프연습장과 야외수영장을 갖춘 사택 무료 이용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까지 누리는 사실이 드러나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LG정유 노조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비난 글이 쇄도했고, 여수지역 상공인과 시민 단체들이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조로선 당장 불법 파업에 따른 막대한 처벌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회사측이 이번 파업과 관련, 50여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65명의 노조원을 고소·고발한 상태이기 때문에 노조위원장 등 주동자 해고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지하철 노조 파업도 같은 경우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지난 달 파업 3일만에 자진 철회했다. 수 조원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4,500만원대에 달하는 평균 연봉을 받는 지하철 노조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이 공개되면서 노조는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하게 파업에 돌입했다 시민을 볼모로 하는 귀족노조의 이기적 파업에 비난여론이 쏟아지면서 전격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한미은행도 지난 달 씨티은행과의 합병을 반대하며 16일 동안 파업하다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하고 파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처럼 노조의 파업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냉랭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장 노조원들은 그래도 행복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000∼2002년 파업에 따른 연평균 노동손실일수는 근로자 1,000명당 111일로 같은 기간 일본이나 스웨덴의 1일에 비해 무려 111배, 독일(3일)보다 37배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상대적으로 근로환경이 좋은 대기업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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