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 복건복지위에서는 페닐프로판올아민(PPA) 함유 감기약 금지처분 과정에서 드러난 식·의약품 안전체계의 난맥상이 도마에 올랐다.여야 의원들은 이미 여러 차례 PPA 의약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는데도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이 무사안일로 늑장 대응했다며 축소발표, 제약사와의 유착 의혹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은 "식약청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그 동안 발생한 뇌졸중 환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친근한 의약품에 의해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가 건강보험 재정 400억원을 쏟아부어 위험천만한 PPA약품을 국민에게 사먹인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재희 의원도 "2001년 7월 PPA함유제제 안전대책이 발표된 이후 생산량이 오히려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며 "PPA 함유제제의 위험성에 대해 식약청과 제약업체가 국민에게 알리기보단 더 팔기 위해 마케팅 노력을 더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안명옥 의원은 "1996년 PPA감기약의 뇌졸중 경고가 이미 나왔고 미국 FDA가 PPA의약품에 대한 제조 유통을 중단시키고 16대 국회에서도 PPA약품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복지부는 10년간 소극적 업무자세로 직무유기 이번 파동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도 "미국의 복용중단 권고조치 후 PPA 이상 반응 공동조사 개시일까지 2년이나 걸렸는데 국민생명과 안전이 걸린 급박한 사안임에도 조사개시까지 2년이나 걸린 이유가 뭐냐"며 "제약사의 재고 판매를 위한 시간 지연의 의도는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유시민 의원은 "식약청과 중앙약사심의위의 일 처리 과정을 들여다보면 관련 전문가의 의견만 존재할 뿐 시민단체 등 소비자의 이해가 반영될 통로가 전무하다"며 "국민의 더 큰 오해를 불어오는 만큼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이기우 의원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전체계와 관련한 어떤 행정행위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식약청의 내부 조직 혁신과 행정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춘진 의원은 "온 국민이 가정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는 감기약을 먹으면 뇌졸중 위험이 있다는 내용을 토요일 오후 보도자료 배포만으로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식약청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결정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줬다"며 "재발 방지 대책으로 복지부내 '의약품 안전정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심창구 식약청장도 의약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연구를 전담하는 공익기구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식약청 "이중잣대"
페닐프로판올아민(PPA) 감기약의 사용금지조치가 늦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해명을 둘러싸고 의학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창구 식약청장은 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제약회사를 배려해 관련조치가 늦어진 게 아니냐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 "미국은 PPA 감기약을 전면 금지시켰지만 유럽 등에서는 계속 유통되고 있어 무조건 어느 한 국가의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의약품의 성격과 효용성을 종합분석해 판매금지 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의학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뇌졸중과 같은 위중한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위험성분 의약품의 경우 식약청이 제약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1년 내에 사실상 퇴출시킨 것으로 밝혀져 PPA 감기약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 객원연구원인 이형기 조지타운대 약리학교실 조교수는 "뇌졸중처럼 매우 위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다 어떤 경우에 그 위험성이 증대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약품을 시장에 계속 방치한 것은 의약품안전성에 관한 결정으로는 함량미달"이라며 "학문적 측면에서는 정당할 수 있으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 FDA 결정 이후 도미노처럼 PPA 의약품을 시장에서 철수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PPA 감기약에 대한 식약청의 조치는 다른 위험성분 의약품에 대한 조치보다 크게 미온적인 것이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심장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는 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시사프리드만 하더라도 2000년 3월 미 FDA에서 심장부정맥 유발사례와 사망사고 보고가 나오자 식약청은 같은 해 10월 제약회사에 자진 회수 또는 공급중단을 명령했다. 한편 식약청은 지난 5월 소비자보호원이 PPA, 시사프리드, 테르페나딘(비염치료제) 등 7개 위험성분 89개 의약품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며 사용중지를 요청했으나 식약청은 "이미 필요한 조치를 취해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일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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