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04 세계한인입양인대회'에는 미국의 차세대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있다는 미 항공우주연구소 수석연구원과 대학교수, 회계사 등 전 세계 15개국에서 금의환향한 430여명의 입양인들이 참석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과연 우리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망설였습니다"라며 "그래도 말해야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환영사를 했다.조국에서 버림받았지만 결국 스스로의 힘과 능력으로 낯선 이국 땅에서 당당히 성공해 돌아온 입양인들을 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복잡한 심경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입양은 제게 기회였다"고 오히려 자신의 상황에 감사해 하는 이들 앞에서 우리는 더욱 작아지게 된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해외입양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1954년부터 최근까지 우리는 모두 15만2,000명의 입양아를 외국으로 보냈다. 반대로 국내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는 고작 6만4,500명에 불과했다. 핏줄 따지고 가문 중시하는 그 거창한 관습 때문에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이렇게 외국에 내다버린 것이다.
대회에 참여한 한 입양인은 기자가 이런 감정의 일단을 털어놓자 이렇게 역습했다. "그렇다면 기자님 같은 분부터 한국 아이들을 입양하면 되지 않겠어요." 기자는 다시 미묘한 감정에 빠지고 말았다. 옳은 지적이었지만 입양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직접 실천하려면 선뜻 용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서구사회처럼 우리도 누구나 한번쯤 입양을 생각해보는 분위기가 필요하겠다는 작은 결론을 내려보았다.
/신재연 사회1부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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