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봉황대기다운 명승부가 잇따라 펼쳐졌다. 5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3일째 계속된 제3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한국일보 스포츠한국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KTF 협찬) 1회전에선 고교야구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져 무더위 속에 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에게 시원함을 한껏 선사했다. 경북고는 충암고에 8-1로 대회 첫 콜드게임승을 거뒀으며, 전주고는 에이스 박현준의 1안타 완봉승에 힘입어 제물포고를 3-0으로 가볍게 제압했다.제물포고-전주고
악송구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 전주고는 1-0으로 앞선 3회 선두타자 조범규의 평범한 내야땅볼을 상대 유격수 윤영윤이 1루에 악송구하면서 무사 1루의 찬스를 잡았다. 이어 박희범의 좌중간 2루타와 김세건의 내야 안타가 터지면서 2득점,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전주고 3년생 박현준은 9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두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제물포고는 4회초 3번 신의수의 좌중간 2루타로 만든 1사 2루 단 한번의 추격 찬스를 1루수 파울플라이와 2루수 땅볼로 날려버리면서 영패의 수모를 당했다.
김해고-신일고
전통의 강호와 신예의 대결은 찬스 때마다 집중력을 발휘한 신일고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1회초 3점을 내준 신일고는 곧바로 1회말 사사구 3개를 남발한 상대 투수 박영남의 제구력 난조로 만든 1사 만루에서 5번 김정훈이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터트리면서 추격전에 나섰다. 신일고는 이어 2회 2사 2, 3루에서 4번 김현수의 중견수를 넘어가는 2타점 2루타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4점을 추가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김해고는 1회 송행철의 105m짜리 좌월 3점 홈런으로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8이닝을 단 2안타 무득점에 그치면서 신일고에 무릎을 꿇었다
마산고-유신고
유신고는 SK 1차 지명 최정을 앞세워 마산고에 비교적 손쉽게 승리했다. 유신고는 1-2로 뒤진 4회말 선두 7번 김정렬의 안타와 볼넷에 이은 상대의 실책을 틈타 단숨에 4-2 역전에 성공했다. 유신고는 또 6, 7회 공격에서 3점을 추가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마산고는 3회 선두 송상진의 3루타와 연이은 2안타로 선취 득점에 성공했지만 4회 상대 외야수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2번이나 홈에서 태그 아웃되면서 추격 의지가 꺾였다.
경북고-충암고
중반까지 팽행한 투수전으로 치닫던 양팀 승부는 7회 한순간에 균형이 깨졌다. 2-1 한 점 차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경북고는 7회 2사 만루 찬스에서 백상원의 중전 적시타와 가운데 담장을 맞추는 김종효의 주자 일소 3타점 2루타 등을 앞세워 단숨에 6득점,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경북고 투수 장찬은 6과 3분의1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혁기자 hyukk@hk.co.kr
협찬 : KTF
■봉황스타-전주고 박현준
"모교와 후배들에게 흔적(2승)을 남기고 졸업하게 돼 후련합니다." 5일 제물포고와의 1회전에서 1안타 완봉승을 거둔 전주고 박현준(3학년·사진)은 최근 부진을 말끔히 씻은 탓인지 진정 후련한 모습이었다. 박현준은 "경기전 '힘보다 컨트롤 위주로 던져라'는 감독의 지시에 따른 것이 주효했다"며 "봄 시즌부터 체력이 달려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는데 이번 경기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박현준은 이날 코너워크 위주의 직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를 적절히 구사해 제물포고 타선을 1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요리했다.
특히 주특기인 직구는 고교생 답지 않게 볼 끝이 살아있고 코너워크이 좋다는 평가다. 전주고의 올 전국대회(청룡기) 1승도 박현준의 호투에서 비롯됐다.
투구 모습이 호쾌한 임창용(삼성) 선수를 좋아한다는 박현준은 "대학(경희대)에 진학한 후 체력을 보완해 프로무대에서 김병현 못지않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고 김희석 코치는 "현준이는 2학년부터 주전으로 뛴 경험이 있어 경기운영이 돋보인다"며 "볼을 뿌리는 동작이 좋아 체력만 보완하면 대선수가 될 재목"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오늘의 하이라이트 <부산고-서울고>부산고-서울고>
우승후보간 대결로 승부를 점칠 수 없다. 올 화랑기에서 준우승한 부산고는 매년 프로팀에 진출하는 선수가 가장 많은 팀.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도 이왕기(롯데 1차), 정의윤(LG 2차 1번) 등 5명이 이미 프로팀 지명을 받았다. 사이드암 투수인 이왕기는 140㎞ 이상의 스피드를 갖고 있으며, 정의윤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대형 외야수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서울고는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올 시즌 전국대회 8강조차 들지 못한 상태. 이번 대회에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완 임효상(현대 2차 2번)과 이보근(현대 2차 5번)이 지키는 마운드가 안정돼 있고, 포수 장재형, 외야수 임상대, 내야수 유명환 등 중심타자가 위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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