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관광지이다. 유례없는 폭염에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잘 정돈된 이정표, 관광객의 기대에 걸맞은 빼어난 경치,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은 관광지 제주를 다시 찾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는 대다수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제주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어디일까.
소정방폭포와 돈내코를 찾으면 절반의 답은 나온다. 제주의 대표적인 물맞이폭포들이다. 지도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관광객의 필수코스에도 빠져있지만 현지인의 여름나기에는 결코 빠질 수 없다.
제주 아낙들은 백중(음력 7월15일)날이면 이 곳에서 닭을 잡아먹고 물맞이를 즐겼다고 한다. 얼음같이 차가운 폭포수를 맞으며 더위는 물론, 힘겨운 물질로 인해 생긴 신경통까지 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여기에 보양식을 먹는 즐거움까지 누렸으니…. 제주 주민들이 즐기는 최고의 웰빙여행, 그 현장을 들여다봤다.
#소정방폭포(서귀포시 동홍동)
소정방폭포를 언급하려면 우선 정방폭포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정방폭포는 천지연, 천제연폭포와 함께 제주 3대 폭포로 알려진 곳이다. 높이 23m, 폭 8m 규모로 폭포수가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300m 떨어진 곳에 규모는 작지만 역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가 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소정방폭포이다. 입구에서부터 남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사람 키의 두배 가량 되는 야자수가 빼곡한 진입로를 지나면 빼어난 절경의 서귀포 칠십리해안이 한 눈에 들어오고, 세찬 물줄기소리도 들려온다.
높이 5m에 불과하지만 10가닥의 물줄기가 한데 모이면서 제법 많은 물을 쏟아낸다. 구경을 온 관광객들이 눈에 띄지만 정작 폭포를 즐기는 사람은 대부분 현지 아낙들이다.
흰색 면셔츠와 바지차림에 머리에는 비료포대로 만든 모자를 썼다. 머리에 떨어지는 폭포를 그대로 맞기에는 충격이 있는 모양이다. 자세히 보면 그냥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몸 부위부위를 골고루 마사지한다. 머리에서 어깨, 팔, 다리로 이어진다. 전국의 수많은 목욕탕마다 폭포냉탕이 마련돼있지만 이만큼 물살이 세지는 않다.
50줄에 든 한 아낙에게 물맞이의 소감을 물으니, 물을 맞고 나면 평소 아프던 허리통증은 물론 각종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답한다. 실제로 폭포물맞이는 안마의 기능이 강해, 관절염, 신경통에 효험이 있으며, 특히 산후통으로 고생하는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한참을 구경하던 30대 후반의 남자 관광객이 호기있게 옷을 벗더니 수영복차림으로 폭포에 들었다. 시원함의 표시인 듯 만세까지 불러본다. 열살 남짓한 아들이 덩달아 폭포로 들다가 물한줄기 맞더니 기겁을 하며 도망친다.
폭포앞으로 펼쳐지는 서귀포해안의 주상절리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이다.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064)735-3544.
#돈내코(서귀포시 상효동)
우선 이름부터 재미있다. 3가지 의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돈은 돼지, 내는 냇가, 코는 입구라는 뜻이다. 합쳐서 풀이하면 돼지가 살던 냇가 입구라는 말이다. 옛날에는 이 일대에 돼지가 자주 출몰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계곡 앞마을을 돈드르라고 불렀다. 지금은 돼지가 사라졌으니 이름만 남은 셈이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한 돈내코는 제주 현지인에게는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 중의 하나로 한라산에서 흐르는 물이 근원이다. 이 곳은 한라산 등산로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물이 맑고 차다.
여기에 입구부터 계곡까지 늘어선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햇살을 만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폭이 넓지 않은 계곡이지만 곳곳에 관광객들이 모여 더위를 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돈내코 물맞이가 주로 이뤄지는 곳은 원앙폭포 주변이다. 계곡 입구에서 700m 가량 나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난다. 폭포 앞에 들어서면 찬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마치 대형냉장고에 들어온 느낌이다.
높이 5m 가량의 폭포 2개가 나란히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폭포앞에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100평 남짓한 소가 형성돼있다. 자연수영장이다. 길이가 10m는 족히 될 것으로 보이지만 유유히 헤엄치는 관광객들의 수영실력이 놀랍기만 하다.
폭포 아래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물맞이장소이고, 폭포 주위로 간간히 나있는 뾰족바위는 젊은이들의 다이빙대로 활용된다. 계곡 곳곳에 ‘닭백숙배달’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나붙은 것을 재미있다. 이 곳에서 닭을 잡아먹던 풍습이 지금도 전하나 보다.
폭포주위로는 우거진 숲에서 발산하는 피톤치드향이 상큼하다. 도저히 더위를 느낄 수 없다. 한번 들면 나가고 싶지 않은 곳, 돈내코 여름의 정경이다. 돈내코유원지 관리사무소 (064)733-1584.
/제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가는 길
관광객에게는 약간 낯선 지역들이라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우선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와 연계, 구경을 하는 것이 좋다. 정방폭포를 관람후 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 300m 가량 가면 제주파라다이스호텔 진입로가 나온다.
이 도로로 들어간 뒤 호텔을 왼쪽으로 끼고 나있는 소로를 따라 내려가면 소정방폭포 진입로와 만난다.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 자칫 엉뚱한 길로 갈 수 있으니 헷갈린다면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돈내코는 서귀포시에서 시내버스를 이용, 돈내코 국민관광지에서 하차하면 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횡단도로 경유버스로 법호촌 입구까지 가면 된다.
50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하면 서귀포시 토평 4거리에서 제1횡단도로로 제주시 쪽으로 약 3㎞간 뒤 법호촌 서귀포 산업과학고 (구 서귀농고)앞에서 안내표지를 따라 한라산쪽으로 약 3km 가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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