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K는 모든 문제를 '책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입니다. 소일거리가 필요하면 소설책을 사고,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초보운전 가이드북'을 사고, 담배를 끊어볼까 하며 금연안내서를 사는 친구지요. '출판업자'의 눈으로 보자면 실로 바람직한 인간형이 아닐 수 없습니다.그런 K가 "요가나 한번 해볼랬더니 책을 통 못 고르겠어. 비슷비슷하게 제목만 바꾼 책들이 너무 많아서 말야" 하고 푸념을 하더군요. 유행만 좇아가는 중복출판이 아니냐는 은근한 질책이었습니다. 이러다 몇 안되는 '바람직한 인간형'을 놓치겠다 싶어, 얼른 항변했습니다. "이봐, 실용서는 그렇게 고르는 게 아냐. '무엇을' 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고."
건강이나 취미·레저, 어학 같은 실용분야의 책은 '방법'을 담은 책입니다. 그저 정보를 나열하는데 그친 책이 있는가 하면, 똑같은 요가동작도 더 쉽게 따라 할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방법'의 질이 책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지요. 서점 검색창에 '요가'를 넣으면 100여권의 목록이 쏟아집니다. 그 중엔 중복출판의 혐의를 벗기 힘든 책들도 없지 않습니다. '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을 위해, 좋은 실용서를 고르는 팁을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비슷한 책이 있을 때는 먼저 '속'을 보십시오. 만약 요가책이라면 목차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내용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동작을 눈으로라도 따라 해보십시오. '할 수 있겠군'이라고 느껴진다면 좋은 책입니다. 누군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당신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 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실제로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어느 에디터의 땀방울이 그 책에 배어 있다는 뜻이니까요.
김민기 출판기획자 두앤비컨텐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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