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8가에서 2.5톤 트럭으로 개인용달업을 하는 홍종국(59)씨는 "일감은 작년 여름보다 절반이나 줄었는데 기름값은 곱절 올라 죽을 맛"이라며 연신 담배만 피워 물었다. 홍씨는 "부산 한번 왕복하면 경유값이 6만∼7만원 들었는데 요즘은 12만원을 넘어 화물비 27만원을 받아도 통행료 내고 나면 10만원도 안 남는다"고 했다. 성동구 마장동 H용달 민경철(57)씨는 "유류비 보조를 받고 있지만 기름값은 예전보다 훨씬 더 든다"며 "하루 1건 있을까 말까 한 일거리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 택배나 다른 잡일을 부업으로 하는 기사들이 많다"고 말했다.연일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 가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유가 인상에다 여름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정마다 불어나는 차량 연료비와 전기료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승용차 출퇴근자들은 대중교통으로 옮겨 타면 그만이지만 생업을 위해 자동차 운행이 불가피하거나 목욕탕 등 연료소비가 많은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7월 초부터 여름 휴업에 들어간 서울 광진구 군자동 D목욕탕 주인 문인식(60)씨는 "작년에는 여름 휴가철에 잠시 휴업을 했으나 올해는 보일러 기름값이 너무 올라 두 달 정도 휴업할 생각"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5일 오전 일산신도시에서 서울로 향하는 자유로 입구 장항IC. 도로를 따라 늘어선 9개 주유소마다 직원들이 나와 출근길 차량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전날 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린 탓인지 정작 핸들을 돌리는 차량은 드물다.
일산 후곡마을에서 여의도까지 2,000㏄ 중형승용차로 출퇴근하는 박철근(43)씨는 "속도계보다 연료 눈금을 더 자주 힐끗거리게 된다"며 "영업상 자동차를 탈 수밖에 없는데 연료비가 작년보다 한달 15만원이나 더 들어 빠듯한 살림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주유소 주인 이성호(40)씨는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가격표를 살피는 운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상동신도시 주부 원수남(35)씨는 "기름값이 오르면 하반기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 교통요금 등이 줄줄이 오르고 공산품 가격도 인상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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