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교통상부 17층 양자회의실. 한중 기자교류 프로그램으로 방한한 중국 기자단 10명이 우리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점심을 겸한 간담회를 갖기 위해 마주앉았다.연례적인 행사지만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싸고 외교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긴장이 감돌았다. 우리 기자가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중국보도 경향이 어떤가"라며 선공했다. 중일간 아세안컵 축구 결승전 등 화제로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리던 회의장은 순간 싸늘해 졌다.
중국 기자단을 인솔한 외교부 신문사(우리의 공보국) 간부는 "가벼운 걸음으로 왔는데 엄숙한 분위기가 됐다"며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 갔다. "중국은 고구려사를 학술적인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 문제가 정치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원칙적인 언급이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기자는 "고구려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변경정권이라는 새로운 학술발견이 있었다"며 중국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고구려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의 현상을 이상하게 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힐난하기도 했다. 북경청년보의 기자는 "고구려는 중국 땅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지만 역사는 한국의 것"이라는 묘한 논리를 전개했다.
중국 기자들은 한결같이 "이 문제로 양국 우호관계가 저해돼서는 안 된다. 언론이 관계발전에 기여하자"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고구려사 문제를 학술적으로 해결하기로 해놓고 외교부 홈페이지서 고구려를 삭제한 중국 정부의 '역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끝내 언급을 피했다. 위기를 애써 외면하는 그들의 펜은 언론의 정도인 '정론직필'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김정곤 정치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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