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제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장이 남북한 간 전쟁을 가상한 수도이전 필요성을 제기한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외교통상부 직원을 위한 행정수도 이전 설명회에서 "미국의 9·11테러로 무역센터 2개 동이 폭삭 내려앉았지만 전지역이 골고루 발전해 있기 때문에 미국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만약 남북간 전쟁이 일어나 평택쯤에서 휴전이 된다면 인구는 50%, 국력은 70% 이상이 빠져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만약에 대비한 국력 분산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해도 남북한 전쟁 발발을 전제로, 더구나 2000만 수도권 주민이 북한의 통제 안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가정한 것은 국민을 당황하게 만든다. 또 통일에 대비해 서울을 수도로 남겨 둬야 한다는 반론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병은 곪아가는데 생일에 잘 먹자고 굶다가 생일 아침에 죽으면 안 된다. 북한에서 500만명가량이 서울로 넘어온다면 어떻게 처리하겠느냐"고 말했다. 작금의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그 예가 적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량 탈북자를 위해 서울을 미리 비워 둬야 한다는 논리가 되니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
김 위원장은 "600년 만에 옮기는 수도다. 마침 이때인 것은 하늘이 선택해 준 것이니 보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동안의 정부입장과 배치된 것이어서 당혹스럽다.
이와 같이 부적절한 비유와 전제가 튀어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수도이전을 밀어붙이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차에 걸쳐 지적했듯이 수도이전만큼은 국회에서 재논의를 거치고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국민합의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여야 원내대표가 수도이전과 관련한 '국회특위'설치의 협상을 피력하고 있다. 여야에 보다 적극적 자세를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