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재벌 총수가 평균 1.5%에도 미치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기업의 실제가치를 고려할 경우에는 총수의 실제 지분율이 공정위 발표보다 2∼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납입자본금 대신 이익·자본잉여금 등을 포함한 자본총액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삼성 이건희 회장의 계열사 지분율은 1.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정위가 밝힌 이 회장의 지분율(0.4%) 보다 4.5배나 많은 것이다.
또 공정위 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지분율이 0.3%에 불과한 이 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지분율도 4배 가량 높은 1.2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내부지분율도 공정위 발표(2.0%)의 3배인 6.4%에 달하며, '황제 경영'의 정도를 표시하는 '의결권 승수'(실제 보유 지분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분의 비율)는 공정위 기준(103배)의 6분의1인 16.6배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차이는 공정위가 지분율을 납입자본금만으로 평가해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경우 납입자본금은 1,000억원에 불과하지만 막대한 누적이익으로 자본 총액은 89배인 8조9,835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4.54%)의 가치를 실제의 90분의1 수준인 45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이 회장 보유 지분의 가치를 327억원으로 평가하지만, 자본총액을 기준으로 한 이 회장 지분의 가치는 9,90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추정하는 총수 지분율과 실제 지분율 사이의 차이는 삼성 이외의 다른 재벌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경우 공정위는 지분율을 2.8%로 발표했으나, 실제가치를 적용하면 4.43%로 1.6% 포인트나 높아진다. 또 SK 최태원 회장도 공정위 기준으로는 보유지분이 0.73%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두 배 가량 높은 1.52%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기업의 실제가치를 반영한 내부지분율 평가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와 시민단체 등은 "평가기준을 바꾸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상은 여전하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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