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사진)이 4일 95세를 일기로 숨졌다.그는 '전설' '선 스승(zen master)'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진계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천재 사진작가, 세계의 존경을 받은 진정한 거장, 이 시대의 가장 재능 있는 예술가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1908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초현실주의 미술을 공부했으나 1930년 사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BBC방송은 "사진을 단순한 찍기에서 상징적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의 개념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52년 그의 사진집 제목인 '결정적 순간'은 대상 자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때를 의미한다.
기념비적이고 혁명적인 길거리 사진의 선구자라는 찬사도 받는다. 그는 당시 일반적이던 중형카메라를 버리고 35㎜카메라로는 처음 등장한 라이카 레인지파인더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그는 현장에 발을 디딘 채 연출을 거부하고 플래시나 망원렌즈를 버렸으며 흑백 사진만을 고집했다.
그는 스페인 내전 등 큰 역사의 흐름에 늘 함께 한 위대한 탐방기자이자 종군기자였다. 마하트마 간디의 임종(48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중화인민공화국 선포(49년)의 순간도 함께 했다. '절제된 구성과 기하학적 구도, 완벽한 타이밍'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작으로 '생 라자르 역 뒤에서' 등이 있다.
그는 또 인물의 내면의 깊이를 나타내는 인물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사진기자들의 개성과 자유로운 해석을 보장하기 위해 47년 사진통신사인 매그넘을 설립했으며,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55년 루브르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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