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뜨거운 시즌이 지나기고 한국영화들이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한국영화는 애니메이션 ‘망치’까지 포함해 총 네 편. 오늘은 세 편의 실사영화 ‘얼굴 없는 미녀’ ‘신부수업’ 그리고 ‘분신사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촬영도 들어가기 전부터 ‘김혜수 파격노출’ 운운하며 대한민국 남성들을 달뜨게 했던 ‘얼굴 없는 미녀’가 드디어 관객을 만난다. 제일 궁금해 하실 부분을 먼저 해결하고 시작하자면, 이 영화에서 김혜수는 정말 아름답게 벗었다.
이 영화의 섹스 신은 근래 보기 드문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데, 다소 멀리 떨어져 지켜보는 듯 하는 카메라는 ‘김혜수라는 미녀’가 지닌 육체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그 감정 또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인식 감독은 이 영화의 시각적 측면에 꽤나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얼굴 없는 미녀’가 정작 관심을 끄는 부분은 ‘보이는 것’보다는 사실 ‘감추고 있는 것’이다.
느리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세 남자(죽은 첫사랑, 현재의 남편, 정신과 의사) 사이에 놓인 한 여자가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무엇이 그녀를 미치게 하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수많은 증상과 환상을 보여준다. 그녀는 (마치 ‘올드보이’의 최민식처럼) 최면에 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오인된 섹스’를 하며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괴물 혹은 악녀 같은 존재로 변해간다. 한편 이 영화가 불쑥불쑥 내미는 이미지는, 웬만한 호러 영화보다 섬뜩한 그 무엇이다.
‘분신사바’(사진)는 호러 전문가 안병기 감독의 세 번째 공포 영화다. 우리들의 유년기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분신사바’라는 일본의 괴이한 미신을 소재로 한 이 영화가 전달하려고 하는 정서는 결국은 ‘한(恨)’이다.
억울하게 죽은 모녀의 시간을 뛰어넘은 처절한 복수극 ‘분신사바’는, 그 복수엔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호러 장르 본연의 임무인 ‘관객 까무러치게 하기’엔 다소 미진한 성공을 거둔다.
이 영화는 ‘쿵!’ 하는 사운드의 충격이나 머리 길게 늘어트린 소녀 같은, 한국 공포영화가 사용하는 관습들을 남용하는데 그 효과가 모든 장면에 먹히진 않는다. 예상할 수 있는 공포? 그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다.
‘신부 수업’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청춘 스타 두 명의 만남을 주선한다. 권상우와 하지원. 사제 서품을 눈앞에 둔 신학생이 천방지축인 여자를 만나고, 둘은 티격태격 끝에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꽤 재미있을 수 있는 소재다.
남녀 주인공을 비롯해 조연진의 연기 또한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한적한 전원 또한 시각적 청량감을 준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자꾸 나사 하나 정도 풀려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 무슨 이유일까? 해답은 시나리오. 언제나 문제는 기본기다.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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