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일찍 잠을 깼기에 차 한잔을 마시며 TV를 틀었더니 오랜만에 영화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에릭 시걸 원작의 ‘러브 스토리’가 방영 중이었다. 영화가 시작한지 15분 정도 된 듯 했다.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보는 영화라 감회가 새로워 잠시 볼까 하다가 점점 나도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 들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들보다 나이가 많아져서 인지 영화를 새롭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속 앨리 맥그로우의 의상 역시 30년이 지난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웠다. 검정 터틀넥에 빨간 퍼프 미니스커트와 검정 타이즈 ,그리고 앵클부츠와 털모자까지, 요즘 입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던해 보였다.
특히 맥그로우의 곧게 빗은 검은색 긴 머리는 가끔 보여지는 피코트 트렌치 코트와 너무도 잘 코디된 의상들이었다. 그런 주인공에 잔잔히 흐르는 감정들까지 정말 완벽하게 군더더기 없는 멜로 영화였다.
요즘 영화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대중들의 심리 때문인지 강한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사랑 표현 역시도 과장되게 감정을 표현한다. 그런데 반해 러브스토리는 감정의 절제 와 표현이 아주 적절했다. 그러기에 관객의 상상력을 한층 풍부하게 했다.
마지막에 여자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서도 요즘 같으면 서로 붙잡고 몇 분을 울고불고 하며 그것을 주 장면으로 처리 하겠지만 자기를 꼭 안아 달라는 장면 이후 입원실 밖으로 나오는 남자 주인공으로 그녀의 죽음을 표현 하는 것과 그녀와 같이 데이트를 하던 센추럴 파크까지 걸어와 벤치에 앉아서 그녀와 기억을 되새기며 끝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너무도 깨끗해 가슴 속 깊이 슬프지만 따뜻한 감정을 느껴졌다.
그 날 하루는 마음이 훈훈했다. 그리고 앨리 맥그로우 같은 여자가 나의 이상형이라는 사실 역시 새삼 확인됐다. 어디 그런 여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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