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멘트+자갈+물=콘크리트’회색빛 콘크리트는 자연과 대비되는 인공의 상징이죠. 사람들은 콘크리트에서 편의를 얻었지만 대신 이 삭막한 구조물 때문에 ‘소통(疏通)을 잃었습니다. 콘크리트 잔해는 현대인의 소외를 표현하는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도 잔인함을 벗고 멋진 예술품으로 변신합니다. 1990년 붕괴된 베를린 장벽의 부스러기는 당시 보석 이상으로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도 청계고가의 잔해가 각종 조형물과 장식품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번 주말은 콘크리트 잔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러 떠나요. 시간과 자연이 덧칠한 설치미술 작품, 아름다운 공원이 한강 한복판에 있답니다.
● 흔적과 기억의 공원
양화대교 남단에 위치한 선유도(仙遊島)는 섬이 아니었다. 예전 번성했던 양화나루와 어울린 산자락 선유봉이 있던 곳으로 신선이 노닌다는 경승지였다. 겸재 정선의 진경 산수화 속에서도 선유봉의 절경은 오롯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 선유봉은 1920년대 대홍수 이후 제방을 쌓고, 여의도 비행장을 만드느라 암석이 채취되면서 흔적없이 사라졌다. 또 1978년부터 선유도는 서울 서남부의 수돗물을 대는 정수장으로 조성,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2002년 선유도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잊혀진 섬으로 남아있었다.
정수장 구조물을 재활용해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선유도공원은 그 역사 만큼이나 분위기가 독특하다. 공원 한가운데 1,000평 크기의 ‘녹색기둥의 정원’은 정수지의 지붕을 들어내고 30개의 기둥만을 남겨놓은 곳. 기둥 윗부분의 튀어나온 철근과 부서진 부분은 철거의 흔적 그대로다.
삭막한 기둥이지만 나란히 늘어선 품이 고대 로마의 유적 ‘포로 로마노’를 보는 듯하다. 담쟁이 덩굴이 물때 묻은 기둥을 감싸오르며 메마른 콘크리트에 녹색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거대한 침전지에 조성한 ‘시간의 정원’도 독특한 색감으로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끈다. 정수장 건물의 벽체와 기둥, 지붕의 들보가 그대로 남은 가운데 청단풍 원추리 물푸레나무 산괴불주머니 노루오줌 등 다양한 나무와 풀이 그 공간을 메웠다.
이곳의 식물들이 점점 낡아가는 구조물과 대비돼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고 해서 ‘시간의 정원’ 이름표가 붙었다 한다. 거친 콘크리트의 생살은 이제 자연의 일부로 녹아들어 녹색의 생명과 어우러지고 있다.
● 물의 공원, 빛의 공원
물의 공원 선유도는 정수장의 옛 물길을 따라 각 주제 정원들이 연결돼 있다.
양화대교와 맞물린 동쪽 끝, 온실을 갖춘 수질정화원이 물길 코스의 첫번째다. 세 개의 저장탱크에서 나온 물이 수질정화원의 부레옥잠 줄 갈대 등이 심어진 계단식 수조로 처음 흘러 들어간다.
수생식물로 정화된 물은 시골 냇가를 옮겨온 듯한 환경물놀이터에 잠시 머문다. 붕어 납자루 비단잉어가 물속에 놀고 웃통 벗은 아이들이 뛰어들어 텀벙텀벙 물장난에 정신이 없다. 이 물은 다시 수로를 따라 연꽃 가득한 수생식물원과 시간의 정원으로 흐른다.
녹색기둥의 정원을 끼고 있는 ‘한강전시관’은 대낮 선유도를 찾은 시민들이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휴식처. 한강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거대한 물탱크를 이용해 만든 놀이터와 원형극장, 둥근 화장실도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작품. 선유교 하류에는 202m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월드컵분수대가 오후2시부터 일몰때까지 힘찬 물줄기를 뿜어낸다.
양화지구에서 연결된 선유교는 아치형 선이 고운 보도전용다리. 특히 밤이면 환상적인 무지개 빛 조명과 어울려 디카족들의 플래쉬 세례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 서울의 섬들
선유도는 한강의 섬입니다. 서울의 또 다른 섬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 반포지구에 서래섬이 있습니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하면서 86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둘레가 1.2km로 산책하기에 적당한 크기죠.
한강변에서는 드물게 수양버들 60여 그루가 그늘을 만들고 있고 낚시하기 좋게 한쪽 강변은 자연석으로 석축을 쌓았습니다. 봄이면 섬 전체가 샛노란 유채꽃밭으로 변하는데 장관입니다.
서강대교가 지나는 밤섬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 던 곳이랍니다. 푸른 버드나무 그늘의 풍치좋던 이 섬은 68년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흙과 돌을 대느라 물속으로 잠기고 말았었죠.
하지만 30여년의 시간 동안 강물은 다시 그 자리에 모래와 흙을 쌓아 인간이 버린 섬을 다시 만들어 놨죠. 지금은 한강의 최대 철새도래지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한강대교가 지나는 노들섬은 사유지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습니다. 참 가장 큰 섬을 빼놓았군요. 여의도는 설명 안해도 다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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