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돌리기에 들어갔던 국제유가가 5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이날 오전 뉴욕상업거래소의 9월 인도분 원유가는 배럴당 43.16달러로 전날보다 0.77% 상승했다. 전날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150만 배럴 증산할 수 있다고 발표한 이후 배럴당 42.83달러로 3% 하락했었다. 또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의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원유가도 40.25달러로 전날보다 55센트 올랐다.
경제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의 생산능력 부족과 테러 위협 등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어 앞으로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만성적 수급 불균형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4일 "당장이라도 100만~150만 배럴을 증산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담은 유가 상승세를 다소 둔화 시켰으나 시장은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만이 하루 100만 배럴의 증산여력을 갖고 있을 뿐이며 이마저 경제성 없는 유종이라는 지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OPEC의 산유여력이 6월 생산량 기준으로 하루 62만 배럴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안정한 국제정치 상황
지난 6월 세계 원유공급이 한때 하루 200만 배럴까지 수요를 능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유가는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그것은 유코스 사태, 테러 우려, 베네수엘라의 정국 불안 등 국제정치의 불안정성이 고스란히 유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지금도 정치적 불안정은 계속되고 있다. 석유산업 전문가인 로렌스 골드스타인은 "펀더멘털로 따지면 30달러 초ㆍ중반이 합리적이지만, 수요공급이 전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줄지않는 수요
정치적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고 잉여 생산시설, 재고 등 완충요인도 불충분할 때 유일한 희망은 수요 감소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세계의 원유 수요는 급상승중이다.일각에서는 미국의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 휘발유 수요가 감소하고 유코스 사태가 조만간 수습되면 유가가 30달러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 정도 수요 감소가 대세를 돌리기는 힘들다.
50달러 시대는 오는가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가격이 6월1일 처음으로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유가가 최근 59거래일 동안 무려 30일이나 40달러를 웃돌면서 '유가 50달러 시대'는 황당한 추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와코비아 증권의 이코노미스트인 제이슨 쉔커는 CNN-머니와의 회견에서 "유가가 조만간 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 추세를 역전할 어떠한 징조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동준 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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