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폭 사이로 드러나는 날렵한 버선코, 바람에 살짝 엿보이는 화려한 치마 안감…. 이처럼 보일 듯 말듯 은근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아는 이들은 벌써부터 '이너 패션'(Inner Fashion)에 눈길을 주고 있다. 옷을 입고 벗을 때 살짝 드러나는 화려한 이너 패션이 가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신사복, 여성구두, 잡화 매장에는 이러한 안감의 화려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들이 많다.
먼저 정형적인 남성 정장은 '안감의 반란'을 겪고 있다. 헤링본 소재로 알록달록한 꽃무늬, 강렬한 스트라이프 등 안감의 패션이 화려하기 그지 없다. 코모도(59만4,000원)는 안감에 초록색 스트라이프가 그려져 있고, 인터메조(32만9,000원)는 꽃무늬, 지크(49만6,000∼54만6,000원)는 로고를 새겼다. 수입 브랜드인 폴스미스(100만∼150만원대) 역시 꽃무늬와 스트라이프 무늬로 안감과 포켓 테두리를 꾸몄다.
이러한 정장 안감의 꽃무늬는 봄 여름 크게 인기를 끌었던 꽃무늬 셔츠의 유행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코모도나 인터메조, 지크 모두 남성복 중에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캐릭터 정장'군이라는 점에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넥타이의 경우 안과 겉을 똑같이 만든 제품들이 이미 인기다. 흔히 보는 회색의 안감이 아니라 뒤집어 매도 좋을 정도로 앞면과 똑 같은 스타일이 나와있다. 닥스의 경우 뒷면에 보조 라벨과 로고를 새겼고 알테아는 서로 다른 색으로 연출된 양면 넥타이를 판매한다. 가격은 9만∼11만원대.
신발을 벗어놓고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로고와 신발 사이즈가 드러나는 대신 꽃무늬가 유혹한다면…. 싸세, 미소페, 탠디, 에스콰이어 등의 여성용 구두나 샌들은 안창에 꽃무늬, 물방울 무늬, 뱀무늬, 원무늬 등 화려한 디자인을 그리고 있다. 20만∼29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색상과 무늬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는 우산 역시 안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겉은 단순한 검정색이지만 안쪽에 푸른 구름이 그려진 니나리찌 우산은 롯데백화점 매장에서만 하루 1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다. 색깔은 10가지 정도로 다양하며 가격은 2단 우산 2만5,000원, 장우산 3만8,000원.
특히 남성복에서의 이너 패션의 유행은 메트로 섹슈얼 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메트로 섹슈얼이란 엄격한 성별 구분을 거부하고 남성 속에 내재된 여성성을 살려 몸을 가꾸고 멋 부리기에 치중하는 남성의 패션 트렌드. 지크 디자인실의 구희경 실장은 "올들어 메트로 섹슈얼이 부상하면서 2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멋과 로맨틱한 감각을 보여주기 위해 정장의 안감 디자인이 화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