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하늘에 알프혼(뿔로 만든 스위스 전통 악기)을 울려라.”남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로저 페더러(23ㆍ스위스)가 이번에는 올림픽 무대 정벌에 나선다. 4년전 조국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전한 시드니 올림픽에서 노메달(4위)에 그친 한을 풀기 위해서다.
올 시즌 호주오픈 및 윔블던을 포함, 8개 투어대회를 석권한 그는 잔디코트(윔블던)와 클레이코트(알리안츠 스위스오픈), 하드코트(마스터스시리즈 캐나다대회)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우승해 진정한 최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테크닉도 절정에 달해 있다. 정교한 서비스, 빈 공간에 뚝 떨어지는 발리샷, 코너를 찌르는 스트로크 등은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올 시즌 승률도 57승5패로 경이적인 수준이다.
현재 페더러의 아성에 도전할 유일한 선수로는 최고시속 241.7㎞의 광속 서비스를 구사하는 앤디 로딕(미국)이 꼽히지만 객관적 전략상 역부족으로 보인다.
로딕은 올시즌 윔블던 및 마스터스시리즈 캐나다대회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완패했다. 통산 전적에서도 8전1승7패로 페더러에 절대적으로 열세다.
8살 때 처음 라켓을 잡은 페더러는 고향인 바젤에서 열리는 투어대회에 볼보이로 참여하면서 테니스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보리스 베커(독일)와 피터 샘프러스(미국)의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가까이서 접하면서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서겠다”고 결심했다. 13세 때부터 스위스 테니스협회의 지도아래 본격적인 수업을 쌓은 그는 98년에는 윔블던 우승 및 US오픈 준우승으로 주니어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페더러의 이름이 세계 테니스팬들에게 각인된 계기는 2001년에 윔블던대회. 그는 16강전에서 당시 31연승을 달리며 5년 연속 우승을 넘보던 자신의 우상 샘프라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스위스인들은 페더러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르크 로제 이후 12년만에 테니스에서 고국에 금메달을 안겨줄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페더러는 지난달 알리안츠 스위스오픈을 제패, 고국무대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올랐을 때 이 같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국을 대표해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은 나의 꿈이다. 4년 전에는 아쉽게 놓쳤지만 이제 메달 획득 가능성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스위스오픈 주최측은 페더러에게 알프혼을 선물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