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 증시의 희망이던 코스닥시장이 바닥조차 보이지 않는 수렁에 빠진 것 같다. 2000년 봄을 기점으로 4년간 끊임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이제 어떤 결단이 없으면 유지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2000년 이후 매년 100∼200개의 기업이 등록돼 시장에 신규물량을 공급했으나, 코스닥 관련 벤처비리들도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코스닥 기업들은 주로 틈새시장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관련산업의 업황에 따른 부침이 너무 심해 한 때 잘 나가던 회사들도 어느 순간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게 되다 보니 투자자는 물론 해당 회사의 임직원 모두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코스닥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기업등록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이용되는 기업실적 관련 자료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투자의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가치인데 그 가치평가의 기준이 되는 기업실적 자료의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그리고 등록 및 유지절차에 있어서 공개적인 평가절차와 보다 객관적인 기준을 확립하고 이를 엄격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기업가와 투자자들의 마음가짐이다. 요즘 만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중 기업경영의 목표가 코스닥 등록인 경우가 간혹 있다. 기업의 목표가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회사의 이익극대화가 아니라 코스닥시장 등록으로 전도됐다는 사실을 접할 때마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투자자들 역시 기업에 투자할때 주주로서 기업이 획득한 부를 함께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주가차익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선 자본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호전에만 기대어 명확하고 즉각적인 제도개선 없이 하루하루를 버텨온 결과가 오늘의 비참한 현실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이라도 자본시장의 존재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식시장이 사회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코스닥시장을 재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익히 알고 있듯이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장인환/KTB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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