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부대의 출국행사와 일정, 규모, 이동경로 등을 철저히 베일 속에 감추고 있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국방부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테러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최근 출국한 선발대 1진의 출국일정과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대 지휘관의 대통령에 대한 출국신고, 장병 가족들이 참석한 환송행사까지 비밀에 부쳤다. 국방부는 자이툰부대가 파병지인 아르빌에 안착할 때까지 한달 이상의 기간 동안 파병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장관 명의의 공문을 내외신 언론사 사장과 편집·보도국장에게 발송했다.
국방부에서는 출국일정 등을 기사화한 뒤 사고가 발생하면 보도를 한 언론에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언론보도와 테러발생의 인과관계도 따지지 않고 언론의 책임론을 강조하는 국방부의 행태는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한국일보를 비롯해 대다수 언론사들이 장병들의 안전한 이동을 돕기 위해 국방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보도자제 요청 이유가 장병 안전문제 뿐 아니라 파병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박기학 정책실장은 "장병들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차라리 파병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정조차 발표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 동안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일각에서도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장병들에게 축하 받지 못하는 파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사기를 위축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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