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뻘뻘 흘리며 논길을 걸어서 교당에 놀러 오던 어린 친구들이 요즘은 통 소식이 없다.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라 몸이 아파도 모르고 지나치는 건 아닌가 싶어 시간을 내어 찾아 나섰다. 집 근처에서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네 외곽으로 한바퀴 돌다 보니 골목에서 놀고 있다가 반가운 얼굴로 달려온다."밥은 먹었니? 왜 요즘은 교당에 놀러오지 않았어? 언니는 어디 가고 없니?" 이것저것 물어보니 볼멘소리로 "저는 교당에 가고 싶은데 언니가 안 데리고 가요. 언니 혼자만 찜질방에 가서 저녁 늦게 와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며칠 후 아이들의 엄마를 통하여 자세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가 요즘은 찜질방에 가서 노느라 동생 돌보기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찜질방에 가면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또래 아이들과 놀 수 있어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찜질방에서 좋지 않은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도를 들은 뒤라 찜질방이 아이들의 놀이터로 선호되고 있다는 현실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빈곤층 아동의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기 위한 'We Start'운동이 지난 5월 3일 출범했다. 5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빈곤층 아이들에게 교육과 복지의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We)가 나서는 시민 사회운동을 발족하였다. 이어 정부에서도 국정과제 회의에서 '빈곤 대물림 차단을 위한 희망투자 전략'(빈곤아동·청소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단체장의 열린 복지의식과 예산편성, 행정부서의 협조가 적극적으로 요청된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찜질방에서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빛깔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임성윤 원불교 안강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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