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5%에도 미치지 않는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재벌 총수일가의 황제식 소유·지배구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4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10대 재벌의 2004년 4월1일 현재 총수(평균 1.5%)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2.5%)을 합한 총수 일가 지분은 4.0%에 불과했다.
반면 계열사간 지분율은 40.8%에 달했다. 이는 총수일가가 4%의 지분으로 44.8%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즉 100원을 투자한 총수 일가가 1,100원의 의결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외부감시가 불충분한 비상장사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2.5%)이 상장사보다 더 낮고, 계열사 지분율(60.9%)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비공개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왜곡현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4대 기업집단별 총수 지분은 현대차(정몽구)가 2.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삼성(이건희) 0.44%, LG(구본무) 0.83%, SK(최태원) 0.73% 등 나머지 3개 그룹은 총수 지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출자총액규제를 받는 13개 재벌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이 1주도 없는 계열사가 전체 347개 계열사 중 64.8%인 229개에 달했다.
공정위 장항석 독점국장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에서 여전히 계열사간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가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형적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 식으로, 현대자동차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의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돼 있다.
출자총액규제 논란
공정위는 또 순자산의 25%로 제한된 출자총액한도 중 적용제외와 예외 인정분을 제외하면 재벌 기업의 출자비율은 11.3%에 불과하며, 순자산의 13.7%인 19조3,000억원의 출자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장 국장은 "출자총액제한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못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2001년 4월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이후 순자산대비 출자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과도한 출자가 점차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출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신규투자를 포함한 기업 경영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고 있다는 증거" 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제외나 예외인정 대상이 전체 규제대상 출자액의 절반을 넘어선 것도 이 제도의 기형적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SK, 현대 등 7개 재벌그룹의 경우 출자총액한도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공정위로부터 9월 중 주식처분명령이나 의결권 제한 등의 시정조치를 받게 될 전망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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