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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금리 "고유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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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금리 "고유가 딜레마"

입력
2004.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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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금리가 '더블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여파로 환율과 금리 모두 인상 및 인하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어, 결과적으로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덫에 걸려 들고 있다. 재정정책과 함께 핵심 거시정책 수단인 금리와 환율 운용에서 손발이 꽁꽁 묶임에 따라, 정부의 경기대응도 갈수록 힘에 부친 모습이다.

환율의 딜레마

소비자물가는 7월 한달간 0.6%, 전년 동기대비로는 4.4% 올라 이미 경계수위를 넘어선 상태. 여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44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 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하반기 물가불안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악화하면서, 내수부진의 골도 더 깊어지는 상황이다.

인플레와 내수경기만 보면 환율은 낮아져야 옳다. 세계적 고유가 구조가 고착화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물가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그래서 내수가 더 나빠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아주려면 환율로 흡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문제는 수출이다. 내수보호를 위해 환율을 떨어뜨려 수출을 희생시키는 것은, 경기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부 시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 유가불안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하반기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율하락을 용인한다면 수출경기는 의외로 급랭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정부의 의지가 내수 보다는 수출에 경도되어 있는 만큼 환율을 내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금리 딜레마

4일 장기금리(3년 만기 국고채유통수익률)는 연 4.06%까지 떨어졌다. 작년 6월이후 최저치다. 콜금리(연 3.75%)와 비교할 때, 장·단기금리차는 비정상적으로 0.3%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태다. 시장에선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그만큼 고조되고 있다.

내수로 보면 충분한 인하요인이 있다. 아무리 금리의 경기조절기능에 고장이 났다 해도, 투자와 소비가 높은 이자율 보다 낮은 이자율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경기와 중소기업 연체율의 연착륙을 위해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 폭등과 이로 인한 국내 물가불안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선택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물가상승기에 금리를 낮추는 중앙은행은 없다.

고유가-내수침체-수출둔화가 계속된다면, 금리·환율정책 역시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서 장기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선 통화(금리) 환율 재정 등 3대 거시정책수단 가운데 2가지가 무력화된 셈이다. 남은 것은 재정정책 뿐이지만, 이 역시 '건전 재정론'에 꽁꽁 묶여 있는 상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위험천만한, 그러나 손쉬운 부동산 쪽으로부터 경기부양의 유혹을 받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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