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전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맏딸 라가드 사담 후세인(36)이 부친의 정치적 후계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라가드는 영국 런던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일간지 '앗샤르크 알 아우사트'(중동)와의 3일자 인터뷰에서 "아버지와 많은 이라크인들이 나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후세인은 2남3녀를 뒀지만 장남 우다이와 차남 쿠사이는 지난해 7월 이라크 북부 모술에서 미군과의 교전 끝에 숨졌고, 딸 라가드와 라나, 할라만 남아있다. 지난해 7월 요르단에 망명한 라가드는 장녀인데다 영어, 아랍어 동시통역 석사로 영어에 능통한 재원이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한 때 그는 아버지 후세인을 등진 적이 있었다. 그는 1996년 요르단 망명길을 택한 남편을 따랐으며 90년대 후반 후세인의 용서로 귀국했다가 남편이 후세인 출신 부족인 티크리트 사람들에게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 살해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후세인의 딸이 정치인이 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라가드는 인터뷰에서 '책임감' '기대'란 말을 여러 번 쓰는 등 주변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는 듯한 인상도 비쳤다.
라가드는 "난 후세인의 딸, 내 어머니는 후세인의 아내, 내 자식들은 후세인의 손자"라며 "나는 아버지와 이라크에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사명이 있다. 내 이름에는 (아버지의 이름인)'사담'이 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이 죽은 뒤 내게 의존한다. 아버지를 도와야만 한다"고 말했다.
라가드는 "사람들은 날 아버지의 후계자로 본다"며 "이게 바로 누구도 내게 정치인 외에 다른 걸 말하지 않는 이유며 (정치는) 내 삶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아랍의 위성TV인 알 자지라는 4일 아랍 언론들을 인용, 후세인의 집권 기반이었던 이라크와 요르단의 바트당 잔존 세력이 라가드에게 "후계 책임을 맡아서 정치를 시작하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라가드가 말하는 정치의 의미는 이라크 정계 진출이 아니라 망명 정부 수립으로 보인다. 알 자지라는 후세인의 가족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이라크 전 관리들 사이에서 망명정부 구성이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운신의 폭은 좁아 보인다. 그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할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망명지인 요르단 정부는 라가드에게 언론 접촉을 삼가고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도 인터넷으로 이뤄졌다고 아랍의 포털사이트 알 바와바가 보도했다.
라가드는 마지막으로 "최근 재판정에서 용감한 영웅임을 보여준 아버지, 최후의 순간까지 항전한 우다이와 쿠사이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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