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워싱턴 일원의 테러 경보 격상 계기가 된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 거물급 조직원 연쇄 검거는 미국이 대 테러 전쟁의 주요 성과로 꼽을 만큼 상당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 조직 심층부까지 파헤친 이번 수사로 미국은 최소한 3명의 고위 조직원을 체포하고, 알 카에다의 신경이라 할 수 있는 통신망을 상당부분 와해시켰다.파키스탄 커넥션 수사는 5월에 시작됐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가안보국(NSA) 등 미 정보 당국은 신빙성 높은 첩보를 입수, 파키스탄 정보부(ISI)와 공조 수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한달 후인 6월12일 파키스탄 구즈라트주에서 무사드 아루치를 체포하는 개가를 올렸다.
아루치는 9·11 테러를 기획한 칼리드 모하마드의 조카이자 1993년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한 람지 유세프의 사촌으로 테러의 피가 흐르는 인물이라고 ISI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기할 점은 아루치가 뉴욕의 주요 빌딩을 체크한 뉴욕 지도를 소지했으며, 알 카에다가 곧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것임을 확신했다는 것. 아루치 검거는 다른 거물들이 줄줄이 체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CIA는 지난달 13일 수백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무하마드 나임 누르 칸(25·일명 아부 탈하)을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검거했다. 칸은 아프간의 알 카에다 수뇌부와 세계 각지의 조직원들을 연결하는 통신망을 관장하는 핵심 인물. CIA는 그를 통해 알 카에다가 터키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자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실 등을 캐냈다. 칸은 "연락용 메일은 2,3번 사용하다 폐기하고, 중요 연락 메일은 한번만 사용한 뒤 영구 폐기한다"는 등의 세부 사항까지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체포 당시 미국 내 테러와 관련된 각종 문건과 CD를 지니고 있었다.
이후 CIA 등은 칸의 진술을 토대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대사관 폭파테러를 저질러 2,500만 달러(300억원)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아흐메드 할판 가일라니를 낚았다. CIA는 가일라니가 소지한 CD를 통해 알 카에다 공격계획과 주요 조직원들의 신원을 밝히는 실마리를 찾았고, 파키스탄 정부는 4일 나이지리아 국적의 중간급 요원 등 외국인 5명을 포함, 18명의 알카에다 조직원을 체포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결국 아루치, 칸, 가일라니의 진술, 소지품 등을 확인한 미국 정보당국은 미 본토의 테러 공격이 임박할 수 있다고 판단, 테러 경계 수위를 높이게 됐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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