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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느 매미의 안타까운 허물벗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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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어느 매미의 안타까운 허물벗기

입력
200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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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1과 자신의 수로만 나누어지는 수를 소수라고 한다. 7, 11, 13과 같은 깨끗한 수들이다. 그런데 11과 13사이의 12는 어떠한가. 12는 1, 2, 3, 4, 6으로 나누어진다. 어떤 혜성이 12년마다 나타난다고 했을 때 2, 3, 4, 6년마다 스쳐 지나다 보면 이 별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11년 주기의 혜성과 13년 주기의 혜성은 2, 3, 4, 6년마다 아무리 스쳐 지나가도 마주칠 수가 없다.매미들이 땅속에서 보내고 나오는 시간이 바로 이런 소수의 시간이라고 한다. 매미에게는 특별히 매미만의 천적과 기생충이 없다. 빠르면 7년에서 11년이고, 늦으면 17년이나 19년에 한번 나오는 매미들의 시간 길목을 천적과 기생충이 지켜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향집 마당에서 밤 이슥히 멍석을 깔고 얘기하다가 그 옆의 자두나무에 막 땅에서 올라온 매미가 마지막 껍질을 벗고 부화하는 동안 자기 껍질에 날개가 걸려 한쪽 날개를 끝내 펼치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매미로서도 그랬겠지만, 지켜보는 나로서도 깨끗하고 귀한 어느 소수의 시간이 달빛 아래 그대로 고요히 접히고 마는 것 같았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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