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이제는 발해사를 넘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초 북한과 함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고구려는 과거 중국의 변방 국가였다'는 역사 왜곡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해 버렸다. 지안시 박물관 안내판은 '고구려가 중국 고대 소수민족이며 지방정권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중국 사회과학원의 한 동북공정 팀이 또한 올 들어 갑자기 당(唐)과 맞서던 발해사 연구에 치중함으로써, 중국이 발해의 역사까지 왜곡 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도들은 일부 학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역사왜곡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증거로 판단된다.
반면 중국 내 다른 기관에서는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하는 것으로 밝혀져,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사회과학원 홈페이지의 한국 약사는 '조선반도에는 1세기 후 신라 고구려 백제 등의 정권이 형성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국내 고구려연구재단이 최근 입수한 중국의 오녀산성·국내성 발굴조사 보고서도 '고구려 문화는 자생적으로 생성·발전한 독창적 문화'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한반도 통일 이후의 조선족 통제 등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며, 고구려 유적을 새로운 계기로 중국의 패권주의를 확고히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거대한 중국이 주변 소국의 과거 역사를 패권주의로 구부려 넣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조용한 외교'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넘은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분명하게 항의하고 주장하며, 북한과도 힘을 합쳐 동북아역사 바로 세우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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