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소나기 지나가듯 외교부 액운도 걷히는 겁니까"3일 김선일씨 피살사건 국조특위 청문회를 지켜보던 한 외교통상부 간부는 감사원 및 AP책임론 등이 거론되자 하소연하듯 이렇게 말했다. 김씨 피살사건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외교부가 이제는 김씨 피살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는 항변 같기도 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뭔가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섞인 전망도 덧붙였다.
한동안 의기소침했던 외교부가 하반기 '외교 성수기'에 기대를 걸고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잇단 정상회담 스케줄과 11월 미 대선에 앞서 급류를 탈 것으로 보이는 북핵6자회담 등 외교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발 맞추어 외교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우선 고위외교관인 윤병세 주미공사가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조정실장에 내정된 것을 이런 움직임의 상서로운 조짐으로 보고있다. 참여정부 이후 기능과 조직이 확대된 NSC 사무처에서 사무차장을 비롯한 핵심 부서장이 국방 및 대북전문가로만 채워져 외교부는 '왕따신세'를 면치 못했었다. 윤 공사의 이동은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을 감안한 NSC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되고 있지만 외교부는 정책조정의 안정적 교두보가 마련됐다며 반기고 있다.
후임 주미공사에 위성락 NSC정책조정관이 내정된 것도 외교부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위 국장은 올해 초 자주외교와 동맹외교를 둘러싼 NSC와 외교부의 갈등 와중에 북미국장에서 낙마하는 굴곡을 겪었다. 이후 반년동안 NSC 정책조정관으로 북핵회담 등에서 성과를 낸 위국장이 핵심보직으로 영전함에 따라 외교부는 NSC와의 마지막 앙금까지 털었다는 분위기다.
하반기 외교성수기를 대비한 청와대 외교보좌관의 부활설은 외교부를 한층 들뜨게 하고 있다.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최근 한일 정상회담의 매끄럽지 못한 회담관리로 외교보좌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실상 폐지되다시피 했던 외교보좌관 부활설이 힘을 얻고있다. 이수혁 차관보와 이선진 외교정책실장, 장재룡 대사 등의 후보군마저 거론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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